이란, 농축우라늄 생산 성공
이란 대통령 "핵기술 보유국" 선언… 美 "그릇된 방향" 위기고조 외환·석유시장에도 큰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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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에서 대 이란 군사공격 준비 경고가 잇따르는 데 대해 이란은 11일 저농축 우라늄 생산에 성공했다고 전격 선언, 이란 핵위기가 고조되고있다.
이란의 핵기술 보유 선언에 미국은 이란이 "그릇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에서 의장 성명 다음 단계 대책을 논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이란의 발표에 국제 위기에 안전통화로 간주되는 스위스 프랑화가 오르고,유가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오른 것도 이란 충격이 한 요인이 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란의 발표에 당혹감을 표시하면서도 이란이 유연대응으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 포석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이란 우라늄 농축 성공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북서부 성도 마샤드에서 군수뇌부와 성직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TV로 중계된 연설을 통해 "실험실수준의 핵연료 싸이클이 완성돼 핵발전소에 필요한 정도의 우라늄을 생산함으로써이란이 핵국가 클럽에 가입했음을 공식 선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업용 규모의 우라늄 농축이 가능하도록 핵프로그램을 가속화할 것을 정부 관계자들에게 촉구하고 "서방은 이란의 핵농축 포기를 강요함으로써 이란인의 가슴에 증오심을 일으키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는 그러나 이란의 핵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와 핵비확산조약(NPT)에 따른 권리와 규제 안에서" 핵프로그램을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란 핵에너지기구 의장인 골람 레자 아가자데 부통령은 "우리는 지난 9일순도 우라늄 가스를 110t 생산, 3.5%의 우라늄 농축에 성공했다"며 연말까지 원심분리기를 3000개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도 쿠웨이트의 쿠나(KUNA) 통신과 회견에서 164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 농축 우라늄 생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란이 지난 2월 중부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에서 핵연구 활동을 재개한 이래농축 우라늄이 산업생산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축 우라늄은 순도 5% 안팎일 경우 발전용 연료로 쓰이지만 90% 이상 고농축하면 핵폭탄 원료로 쓰일 수 있다.
◇미국 경고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의 발표를 "국제사회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 행위"로 "이란 정권의 고립을 심화시킬 뿐"이라며 "이란이 이러한 노선을 고집할 경우 미국은 안보리 회원국 및 독일과 가능한 다음 단계 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보리는 지난달 28일 이란에 "향후 30일 안에"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모든 핵활동을 중단토록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하면서 제재 가능성을 열어 놓았으나, 이란은 안보리의 요구를 거부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은 이란의 농축 성공 선언에 "아직 그 발표를 보지 못했다"며 "전문가들이 그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지켜보겠다"고 직접 논평을 피했다.
◇이란 선언 배경
현지 분석가들은 이란이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방문을 앞두고 우라늄 농축 사실을 전격 공개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핵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IAEA 사찰단은 현재 나탄즈 시설과 이스파한 우라늄 전환공장을 살펴보고 있으며, 엘바라데이 사무총장도 금명 이란을 방문할 예정이다.
정치 분석가인 사에드 라이라즈는 "개인적 추측이지만, 이란이 '이제 우리가 권리를 행사해 목표를 이룸으로써 능력을 보여줬으므로 더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말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한 서방 외교관도 이란이 "뒤로 물러설 수는 있지만, 추측일 뿐"이라며 이란이 그렇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하더라도 이번 선언은 "완전히 잘못된 신호"라고 말했다고 이 통신은 덧붙였다.
◇미, 이란 군사공격 준비설 부인
럼즈펠드 장관은 이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전술핵 공격 준비설에 대해 "부시 행정부가 이란의 핵 야망을 우려하고 있지만미국은 외교 해결을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국방부 브리핑에서 전날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란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역설한 사실을 상기하며 "대통령의 정책이 국방부의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이란에 대해선 분명 우려스런 점이 있다"며 "이란은 테러리스트를 지원하고,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는 데 관심을 나타내왔다"고 지적했다.
미 군과 민간 관계자들이 언론을 통해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 준비 동향을 연이어 흘리는 데 대해선 이란에 대한 압박용이라는 분석과 군사공격 반대론자들이 이라크전 경험때문에 대 이란 군사공격 현실화 차단을 위한 사전 공론화 목적에서 유출시키는 것이라는 분석이 엇갈린다.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입력시간 : 2006/04/12 0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