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가격 급락이 증시 붕괴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최근 채권 가격 폭락 추세에 대해 이같이 진단하고 지난 2년여 동안 월가 대형 증권사, 투자은행, 헤지펀드 등 대형 금융사들의 채권 거래 수수료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급격히 늘어난 데다 채권 보유량이 크게 증가한 것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실제 미 5대 증권사의 경우 채권 관련 매출 비중은 지난 2001년 1ㆍ4분기 23%에서 올 1ㆍ4분기엔 41%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에는 리먼브라더스와 베어스턴스 등과 같이 채권 관련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업체도 있다. 대형 은행들의 채권 보유 비율도 크게 늘어난 상태다.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 28개월 동안 은행들은 미 국채 보유 비율을 42% 정도 늘려 현재 보유액은 3,280억 달러에 이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채권가격은 연일 급락하고 있다. 채권시장 조사기관인 비앙코리서치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의 경우 지난 6월 13일 3.1%에서 지난 1일 4.4%로 불과 한달 보름 여 만에 1.3%포인트나 급등했다. 이는 지난 87년 이후 최대 상승 폭. 30년 만기 국채 가격은 지난 7월 한달간 11% 떨어져 80년 이후 월간 수익률로서는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대형 증권사, 투자은행, 헤지펀드 등 채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금융사들의 실적은 이미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빌 그로스가 운용하는 세계 최대 채권 펀드인 핌코가 대표적인 사례. 핌코토털리턴펀드의 경우 6월 중순 이후 40억 달러(5%)의 손실을 입었고, 또 다른 핌코의 채권 펀드인 핌코리얼리턴은 같은 기간 6억 달러(7.4%)의 손실을 기록했다. 보스턴레스삭스의 구단주인 존 헨리가 운영하는 헤지펀드 회사 존 W 헨리앤코의 자금은 지난 두 달 동안 무려 10% 정도 감소했다. 리먼브라더스는 지난 7월 한달간 채권 투자 수익이 4.4% 감소, 지난 80년 2월 이후 13년 래 최악의 한 달을 보냈다. 헤지펀드 회사인 카스피안캐피털매니지먼트의 수석 투자 분석가인 마싸우드 하이다리는 “최근 상황이 지난 94년 채권 가격 붕괴 당시 만큼 나쁘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중 대부분이 자기 자본이 아니라 빚을 내 채권에 투자해왔다는 것. 이에 따라 채권가격 급락에 따른 충격이 더욱 배가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더구나 금융사들은 주식과는 달리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채권을 일정 정도 보유하려는 경향이 있어 위기 관리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