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톨레랑스를 기대한다

오철수<증권부 차장>

프랑스 사회가 무질서하게 보이면서도 나름대로 사회의 틀을 유지해나가고 있는 것은 이른바 ‘톨레랑스’의 영향이 크다. 흔히 ‘관용’으로 번역되는 톨레랑스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으로 대혁명 이후 프랑스의 대표적인 사회원리로 작용하고 있다. 톨레랑스가 강조되는 사회에서는 일방적인 강요가 아닌 토론과 설득의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연초에 톨레랑스라는 화두를 다시 끄집어낸 것은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시사점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지난 2년여 동안 우리 사회는 갈등의 연속이었다. 보안법 개정과 과거사법 제정, 행정수도 이전 등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 두 패로 갈려 끝없는 소모전으로 날을 지샜다. 국회도 민생입법은 제쳐둔 채 연일 고성과 몸싸움으로 볼썽사나운 모습만 보였다. 이 과정에서 정책의 불확실성은 증폭됐고 기업활동은 위축됐다. 경기전망이 불투명해지자 가계도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저소득 계층과 청년층이다.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청년실업은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저소득층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새해 가장 시급한 일은 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일이다. 금리인하나 재정집행 확대 같은 경기 부양책보다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해줘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다행히 청와대가 올들어서는 지난해와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여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3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경제에 올인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19일 “경제에 치중하겠다는 방침을 높이 평가한다”며 ‘정쟁 없는 한해’를 선언하고 나서 상생의 정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대통령의 의지가 과연 제대로 실천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열린우리당의 당권구도가 주목받고 있다. 벌써부터 친노(親盧) 외곽단체인 국민참여연대는 당권경쟁에 뛰어드는 등 독자 세력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그동안 여당 내 강경파가 야기한 혼란이 적지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거침없는 정치행보가 또다시 이념논쟁을 불러와 정부의 경제활성화 의지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시행착오는 2년으로 충분하다. 동북아 경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론분열이 계속되면 우리만 낙오자가 돼 경제가 장기불황의 늪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새해에는 모두가 톨레랑스의 가치를 한번 되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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