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돈보따리 빛 못 본 시진핑

방미기간 교황·트럼프 등에 밀려 관심 묻혀

정상 만찬 TV 보도 등 언급 적어

글로벌 지도자 이미지 목표 삐걱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2~28일 일주일간의 방미기간 중 유엔과 미국 기업에 '통 큰' 현금 보따리를 안겼지만 미 언론들의 관심은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70대 록스타'로 불리는 프란치스코 교황, '트러블메이커'인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 '러시아의 차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 3대 미디어 스타에게 밀린 탓이다. 중국 언론들은 "신형 대국관계의 기틀을 확고히 다졌다"고 호평했지만 미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글로벌 지도자의 이미지를 심으려는 당초 목표는 어긋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기사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디어 모니터링 업체인 미디어마이저의 자료를 인용해 20~27일 미국 TV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언급한 횟수는 시 주석의 21배에 달했다고 전했다. 신문과 온라인 기사의 경우도 각각 5배, 3배에 이르렀다. 미 언론은 19일 교황의 쿠바 방문을 시작으로 27일 100만명이 운집한 필라델피아 미사까지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 보도했다.

다른 미디어 분석기관인 미디어테너에 따르면 24일 교황의 의회 연설 때는 미 TV 뉴스의 거의 절반이 이를 생중계했다. 반면 같은 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찬은 TV의 5%만 보도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에게도 압도당했다. 24~27일 미 TV가 시 주석을 언급한 횟수는 3,177건에 불과한 반면 교황과 트럼프는 각각 6만634건, 1만4,756건이었다.

28일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미 언론은 시 주석보다 푸틴 대통령을 비중 있게 다뤘다. '마초' 이미지를 내뿜는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 내전사태의 해법을 둘러싸고 오바마 대통령과 정면 충돌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유엔과 최빈국 지원에 각각 10억달러, 20억달러를 지원하겠고 약속했지만 역부족이었다. FT는 "덩샤오핑이 1979년 방미 때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로데오 경기를 관람하면서 미국 내 중국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드럽고 대중친화적으로 바꿨던 것과 대비된다"고 보도했다.

다만 중국 내부적으로 보면 시 주석의 방미는 성공작이라는 게 FT의 평가다. 백악관 주재 만찬, 21발의 예포 발사와 의장대 사열 등으로 중국 국민에게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신형 대국관계'를 내세워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인권 문제 등에 대한 미국 측의 압박에 물러서지 않았고 대규모 평화유지군 파병 등 국제사회에 대한 영향력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최형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