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증권시장이 어제 막을 내렸다. 폐장 일의 주가는 예년에 그랬듯이 상승세로 마감하긴 했지만 투자자들의 마음은 결코 밝지 않다. 지난 1년간의 증시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지난해 폐장일 지수에 비해 3.8% 오르는 데 그쳤고, 코스닥지수는 무려 13.6%나 하락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5%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가도 그 정도는 오르는 게 정상인데 결과는 그렇지 못하니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세계거래소연맹(WFE) 44개국 회원거래소의 주가를 비교한 결과 한국의 주가상승률은 41위로 꼴찌권을 맴도는 데 그쳤다. 미국이 사상최고치로 마감하고 중국ㆍ러시아 등 신흥경제대국들이 고도성장과 함께 증시볼륨을 키워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질적인 점에서도 우리 증시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자금의 직접조달이라는 증시 본연의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는 것은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올들어 기업들이 증시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5조원 수준인 반면 자사주 매입이나 현금배당 등으로 상장회사들이 지출한 돈은 13조원이 넘었다. 이러다 보니 증시상장을 꺼리는 경향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올해 상장회사 수는 732개로 2002년의 683개에 비해 겨우 7%(47개사)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해에 불과 10여개사 밖에 상장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호주와 홍콩의 상장기업은 25.3%와 17.8%가 증가했다. 이밖에 한국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평가가 갈수록 떨어지면서 외국인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점, 펀드수익률의 저하로 활기를 띠는 듯 했던 간접투자시장의 열기가 식어 증시의 펀더멘털이 다시 취약해지고 있는 점도 한국증시가 질적향상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다.
내년 경제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대선으로 인한 정치불안과 해외여건의 악화로 모든 경제지표가 올해보다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시장의 여건 역시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 만큼 증시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가일층 요구되는 시점이다. 황금돼지해인 새해에는 우리 증시가 자본시장의 꽃으로서의 본래 기능을 회복해 재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