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약·바이오(의약품) 업종은 올 하반기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국내 증시에서 주가 상승률이 눈에 띄는 몇 안 되는 업종 중 하나다. 지난 8월 말 대비 제약·바이오 업종의 주가 상승률은 6.9%로 같은 기간 시장 전체 수익률(-5%)을 크게 웃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약·바이오 관련주가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추가적 상승세를 이어가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연구개발비에 비해 내수 의약품시장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이는 제약·바이오 업종의 한쪽 면만 본 것이다. 연구개발비 증가는 제대로 된 약을 만들기 위한 투자다. 오히려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최근 개발된 국산 신약을 바탕으로 오는 2015년을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내수시장을 넘어 선진시장으로 진출하는 원년으로 삼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5년 의약품 수출은 2013년보다 11% 증가한 19억2,000만달러(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항생제 '시벡스트로' 등 주요 신약의 합산 매출액은 2015년 4,900만달러(약 500억원)에서 2017년 1억8,000만달러(약1,900억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최근 내수시장이 둔화된 제약·바이오 업체들에 새로운 기회인 셈이다. 내수시장은 2012년 기등재 의약품(건강보험 급여목록에 등재돼 있는 의약품)의 약가 일괄인하 여파로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만성질환 증가와 노인인구 확대로 의약품 수요는 견조하지만 리베이트 규제에 따른 과잉 처방의 감소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내수 의약품 판매액은 12조5,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3.3%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의료·바이오 업체들은 부진한 내수시장을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으로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의약품 1위 시장인 미국이 첫 번째 대상이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의약품시장이지만 국내 업체들의 미국 수출은 지난해 3,770만달러로 아직 크지 않다. 이를 뒤집어보면 앞으로 성장성이 더욱 큰 시장이라는 얘기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품목이 많아 앞으로 수출 금액은 늘어날 것"이라면서 "동아에스티(170900)의 항생제 시벡스트로 등 주요 신약의 합산 매출액은 내년 4,900만달러를 시작으로 2017년 1억8,000만달러, 2020년 4억9,000만 달러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가 각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주요 약물 해외 개발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메지온(140410)의 발기부전 치료제 '유네다필'은 임상시험을 모두 끝내고 내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녹십자의 'IVIG-SN'은 2016년, 대웅제약(069620)(Nabota)·종근당(Beloranib)·메디톡스(086900)(MT10107)·바이로메드(084990)(VM202-DPN) 등은 2017년 상용화를 목표로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를 거치고 있다.
양호한 건강보험 재정과 낮아진 제네릭 약가로 정부의 약가 인하 명분이 약화된 점도 제약·바이오 업종의 미래를 밝게 한다. 2015년 건강보험의 당기잉여금은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선별적 약가 인하는 있겠지만 과거처럼 대규모 일괄 약가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적인 약가 인하로 제네릭 약가도 글로벌 평균까지 떨어진 상태다.
배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업종에 2015년은 저성장을 넘어 미국 등 선진시장으로 진출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면서 "최근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연구개발비를 감안하면 밸류에이션도 과거에 비해 높지 않기 때문에 투자 매력은 여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