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증시 새해 첫날 폭락배경

美증시 새해 첫날 폭락배경 실적악화 전망·경기급랭 우려 겹쳐 파티는 벌써 끝났고, 과음에 따른 숙취가 좀처럼 가시지 않는 상황이다. 뉴욕 증시는 실질적인 21세기 첫 거래일인 2일 폭락으로 출발했다. 애널리스트들이 신경제, 구경제 가릴 것 없이 향후 실적 전망이 좋지않다며 투자등급을 하향조정한 영향이 컸다. 여기에 12월 실물경제동향을 가장 먼저 나타내는 전국구매관리자지수(NAPM)가 지난 9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함에 따라 경기 급랭에 대한 걱정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폭락을 기록한 나스닥지수는 이날도 7.23%나 폭락, 사상 7번째 하락기록을 세웠다. 22개월만의, 즉 지난 9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86%나 폭등했던 것을 다 잃어버리고 99년 초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다우지수도 맥을 못추긴 마찬가지였다. 2001년 첫날부터 140.70포인트, 1.3%나 떨어지면서 1만선이 위협당할 처지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연말 연휴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투자등급 하향종목을 쏟아냈다. 최근 애널리스트들은 약세장을 의식하는 듯 웬만하면 남보다 먼저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놓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로버트슨 스티븐스증권이 인터넷 서버업체들의 투자등급을 무더기로 깎아내려 인터넷의 폭락을 촉발했다. 골드만삭스 인터넷지수는 13%나 폭락했다. 모건스탠리 딘위터가 반도체회사 아날로그 디바이스의 투자등급을 낮춘 데다 전일 데이터퀘스트가 발표한 지난해 전세계 반도체매출 증가율이 31%로 기대했던 37%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반도체도 약세를 보였다. 그나마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 하락에 그쳐 상대적으로 선전한 셈이었다. 애널리스트들은 구경제 종목에도 집중포격을 가했다. 모건스탠리 딘위터가 세계 최대의 알루미늄회사인 알코아를, UBS워버그가 화학회사 듀퐁을, 살로먼스미스바니가 월트디즈니, 퍼스트유니온이 보잉을 하향조정하면서 다우지수를 끌어내렸다. 시가총액 1위회사인 제너럴 일렉트릭(GE)도 항공기엔진의 결함을 조사받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10%이상 폭락했다. NAPM지수도 이날 뉴욕 증시를 가라앉힌 주범으로 꼽혔다. NAPM지수는 11월의 47.7에서 12월에 43.7로 가라앉으면서 지난 9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전문가들의 예상치 47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였다. 하이 프러퀀시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이언 쉐퍼드슨은 "12월 NAPM지수 수준이 계속 이어질 경우 미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낮아질 가능성도 적지않다"고 우려했다. 또 NAPM지수는 낮아지면서 가격지수는 오히려 11월의 56.6에서 61로 높아졌다. 그만큼 인플레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달리 말하면 경기 급랭에 따라 금리인하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는데, 가격지수가 높아졌기 때문에 자칫 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할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뉴욕 증시는 통상 1월이면 강세를 보이곤 했다. 세금절감용 매도세가 연말에 마무리되는데다 1월 중순이면 4ㆍ4분기 기업실적 예고가 대충 마무리되고 특별한 이슈가 없어지면서 증시에 자금이 몰려들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21세기 첫 1월은 우울한 장세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다른 때와 달리 경기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으며 기업실적이 갈수록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스닥의 첨단기술주들의 경우 아직도 거품이 완전히 빠지지 않았다는 분석까지 적지않은 실정이다. 이를 반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재료로 꼽히는 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다. 1월30~31일에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내릴 것은 거의 확실하다는 게 월가의 지배적인 예측이지만 이에 앞서 임시회의를 통해서도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견해도 적지않다. 프루덴셜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53년 이후 FRB가 12번 금리인하 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이중 2번만 금리인하 시작이후 6개월동안 주가가 약세를 보였을 뿐 나머지는 연율 20% 수준의 평균 상승률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금리인하 후 곧바로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경기급랭이 진정되는 하반기에나 뉴욕증시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견해가 더 많다. 2001년 초반 미국사회를 지배하는 단어는 '3 R'이다. 공화당(Republican), 기업 구조조정(Re-engineering 또는 Restructuring)은 이미 가시화되었고, 나머지 하나가 가장 두려워하는 경기침체(Recession)다. 2일 뉴욕 증시는 적어도 월가에서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현실로 닥칠 것이라고 여기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 91년, 98년의 경기침체를 극복해내면서 10년간의 파티를 주도했던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이 이번에도 숙취를 말끔하게 가시게 할지 주목되고 있다. /뉴욕=이세정특파원 bob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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