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10월. 수십명이 거리로 나왔다. 한 글로벌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을 규탄하기 위해서였다. 이 중국 IT 기업은 국내 협력업체인 'ㅇ'사와 체결한 한국 회원관리 위탁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이에 국내 업체 근로자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당시 'ㅇ'사에 따르면 한마디로 '토사구팽'이다. 이 국내 회사는 2009년부터 3년간 매년 수억원 이상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체결한 중국 IT 기업의 성장을 내다보고 지속적으로 희생했다. 하지만 여기기까지였다. 당시 이 중국 IT 기업은 "더 많은 중소기업에 더 많은 해외진출 기회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국내 'ㅇ'업체와 계약을 해지한다. 'ㅇ'사는 말 그대로 '글로벌 을'이었다.
여기서 '중국 IT 기업'은 요즘 잘나가는 '알리바바'다. 그 뒤 2년이 흘렀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1년간 세 번이나 한국을 찾았다. 마 회장은 18일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청년 100명을 초정해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IT업계는 이 같은 마 회장 행보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침체되고 투자가 필요한 실정인데 거대한 자본이 들어오는 건 잘된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우려의 시각이 더 크다. 다른 한 관계자는 "거대 자본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라며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 IT 산업이 일방적으로 중국 자본에 종속돼 협상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알리바바를 비롯해 텐센트 등 중국 거대 IT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안 받은 한류 콘텐츠 기업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공개되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게임회사 등 웬만한 업체들의 경우 중국 자본이 들어갔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이미 중국 자본 없이는 한류 콘텐츠 기업이 성장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2012년 'ㅇ'사의 시위 구호 중 하나는 "Alibaba.com, killed 40 Korean"이었다. 수년간 희생이 실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알리바바 등 중국 IT 자본의 한국 콘텐츠 잠식속도를 볼 때 똑같은 상황이 재현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중국 IT 자본의 한류 콘텐츠 역습은 거대 자본 투자유치를 넘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