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은 우선 내사착수 동기로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 부인 연정희(延貞姬)씨가 수사무마 청탁과 함께 고급의류를 선물받았다는 첩보에 따른 것임을 밝히고 내사착수 시점을 올 1월15일로 적고있다.또 延씨가 최순영(崔淳永)신동아그룹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로부터 사건청탁 명목으로 앙드레김 의상실에서 2,200만원 상당의 의류를 선물받는등 첩보내용을 적시한 뒤 내사결과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고 1차 결론을 내렸다.
문건에는 그동안 검찰과 특검수사에서 최대의 논란이 됐던 호피무늬 반코트가 延씨에게 배달된 경위와 관련, 鄭씨가 지난해 12월26일 延씨가 구입한 자켓과 함께 포장, 배달했고 다음날 전화를 걸어 구입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돼있다.
이는 延씨가 반코트가 배달된지 2∼3일후에 알았다고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했던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것으로 延씨가 사직동팀 최초진술을 번복, 거짓말을 해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문건은 이어 옷로비 의혹의 실체를 李씨가 자신의 남편에 대한 선처를 위해 노력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게되자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결론에 맞춰 延씨에게 유리한 쪽으로 관련자들의 행적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李씨가 延씨에게 홀대당한데 대한 보복으로 남편을 사법처리하려 한다고 언동했다는 부기등을 달아 문건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사건이 李씨의 음모에 따른 것이라는 선입견을 주고있다.
이와함께 지난해 10월22일부터 12월21일까지 李씨, 강인덕(康仁德)전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裵貞淑),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의 행적을 설명하면서 李씨가 裵씨와 鄭씨를 통해 崔회장 사건 무마를 기도했다는 쪽으로 결론을 유도했다.
또 李씨가 주변사람을 통해 이희호(李姬鎬)여사에게 延씨와 장관부인들이 崔전회장 사건 선처명목으로 鄭씨로부터 옷을 선물받았으니 엄벌해달라고 탄원했음을 지적, 李씨 자매들의 줄기찬 로비 흔적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문건은 李씨측을 언급하면서 「언동」, 「유포」, 「기도」등 음모론을 시사하는 단어들을 반복 사용, 延씨가 억울한 유언비어에 시달리고 있음을 은연중 내비치고있다. 문건은 이런 흐름을 계속 유지한뒤 결국 옷로비 의혹 사건은 李씨가 金전총장을 곤경으로 몰아넣을 목적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교회 목사들을 통해 헛소문을 유포해 꾸민 자작극이라고 단정지었다.
홍수용기자LEGMA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