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17일 세르게이 스테파신 총리가 제안한 긴축조치의 핵심인 새로운 석유세법안을 부결시킴으로써 스테파신 총리에게 결정적인 패배를 안겨 주었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확보하려는 러시아의 노력도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두마는 이날 알렉산드르 포치노크 국세청장의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석유세법안을 219표대 101표로 부결시켰다.
석유세법안은 IMF가 요구하는 경제 개혁 조치를 놓고 지난 1주일동안 빚어진 러시아 정부와 두마간의 대치 상태를 상징하는 것으로 치부돼 왔다.
IMF는 구제금융 45억달러를 러시아에 추가 방출하기에 앞서 석유세법안을 비롯,경비 절감과 세수 증대를 겨냥한 30개 긴축 조치의 입법화를 요구하고 있다.
포치노크 청장은 "이로써 IMF와의 협상이 크게 복잡해지게 됐다"고 말하고 "(미셸) 캉드쉬 (IMF) 총재와 스테파신 총리간의 협의가 이루어진 바로 다음날이라는 점에서 더욱 바람직스럽지 않은"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가 발전하면 경제는 후퇴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날 표결에 앞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IMF 특사인 미하일 자도르노프는 의원들에게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러시아 정부와 국가의 입장은 훨씬 더 어려워지므로 투표할 때 이 점을 감안하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오는 12월의 선거를 의식하고 있는 의원들은 그러나 새 법안이 유권자들에게 달갑지 않은 유가 인상을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로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 AFP=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