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선거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나

선거에는 승패가 있게 마련이다. 승리했든 패배했든 선거는 모든 정치세력에 다시 태어날 기회를 주는 민심의 ‘세례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도 그렇다. 두렵고 무서울 정도로 결집된 민심을 표출한 국민은 지금 각 정당이 선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지켜보고 있다. 이번 선거가 우리 정치에 주는 교훈은 첫째, 선거 지형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아직 정치 지형은 민주 대 반민주, 개혁 대 수구와 같은 민주주의 이행기의 정치 지형을 유지하고 있지만 선거 지형만큼은 선진국형 선거지형으로 바뀌었다. 국민은 민주 개혁보다는 삶의 질 문제를 중시했다. 그것이 공천 장사나 성추문에 얼룩진 야당의 부패보다 국정 운영상에 나타난 여권의 비효율을 참지 못한 이유다. 둘째는 한나라당의 압승이라기보다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의 참패라는 것이다. 투표자들은 한나라당을 지지했다기보다 여당을 반대했다. 야당 지지자들은 여당을 심판하겠다고 투표장에 나왔고 여당 지지자들은 불만의 표시로 투표를 거부했다. 따라서 열린우리당은 야당에 투표한 민심뿐 아니라 여당에 대한 실망과 허탈감에 투표장에 나오지 않은 민심까지 읽어야 할 것이다. 야당들도 자신들의 공천 장사가 면죄부를 받고 정책이 지지를 얻었다고 보면 오산이다. 셋째는 이미지 정치가 더 이상 경쟁력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미지나 미디어 정치는 수단일 뿐 거기에 실릴 메시지와 이슈가 더 중요하다.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하고도 이미지 좋은 후보를 내면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애초에 잘못이 아니었을까. 마지막으로 우리 권력구조의 한계도 드러났다. 지난번 국회의원선거는 야당의 무리한 대통령 탄핵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중앙 정부에 매운 맛을 보여주느라 해당 선거 본래의 목적이 도외시됐다. 국회보다 대통령이 중시되고, 지방자치보다 중앙 권력이 중요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왕적 대통령을 향한 무한권력투쟁에 의회정치와 지방자치가 희생된 것이다. 선거가 끝난 지금 각 정당은 더욱 겸허하게 민심을 수용해서 자기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지자체는 지자체로서, 국회는 국회로서 구성되고 국민의 평가를 받는 정상적인 나라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