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과거사에 대한 盧대통령의 입장 옳은 방향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1997년 대선자금 문제를 갖고 당시 대통령 후보들을 조사하는 수준까지는 가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수사 반대의 뜻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과거사는 적당하게 얼버무리고 묻어버릴 일은 아니지만 필요한 수준에서 정리해야지 끊임없이 반복하고 물고늘어질 일이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야당과 일부 시민 단체들은 검찰에 사실상 수사중단 지침을 내린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노 대통령이 옳다고 본다. 범죄요건, 시효 여부의 문제는 제쳐놓더라도 대통령의 말대로 상식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87년 직선제 개헌이후 네 번의 대선이 치러졌다. 그때마다 엄청난 돈이 들어갔다는 것은 새삼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그러나 대선이 거듭되면서 아주 조금씩이나마 선거풍토가 개선돼온 것도 사실이다. 87년보다는 92년, 92년보다는 97년, 97년보다는 2002년 선거가 나아졌다는 이야기다. 그런 2002년 선거의 행태가 어떠했는가. 노 대통령과 야당 후보, 그리고 웬만한 재벌그룹이 모두 얽혀 차떼기와 채권을 책처럼 묶어 전달하는 등 경악할만한 수법이 총동원됐음이 밝혀졌다. 좋아졌다는 선거가 그랬으니 예전 선거가 어땠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수사를 하게 되면 후보들은 말할 것도 없고 기업들이 다시 그 소용돌이에 휘말릴게 뻔하다. 과거의 잘못된 일에 대한 진실규명은 중요하다. 그러나 사건의 성격이나 관련자들이 거의 같은 사건을 또 헤집어 혼란을 부를 필요가 있는지도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불법 대선자금에 연루된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이미 처벌을 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97년 것을 캐내기보다는 앞으로 그런 잘못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감시하는 것이 훨씬 발전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일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임기 후반기 국정기조의 변화가 있지 않느냐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 하다. 참여정부는 그동안 과거사에 너무 치중, 이것이 갈등과 혼란의 한 요인으로 작용해 필요이상의 국력 낭비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과거사에 대한 유연하고도 효율적인 접근방식이 보다 폭 넓게 적용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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