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망령이 전세계 곳곳에 어두운 구름을 짙게 깔리게하고 있다.
벤 버냉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강도높은 인플레 우려 발언으로인해 FRB의 금리인상 중단이 `물건너 간게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중국발 인플레'에 대한 걱정도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마침내 '순환적 인플레'의 핵심 요인이 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도 경제를 부추겨온 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고금리 시대로 본격 진입하면서 그간의 저금리 타성에서 비롯되는 불확실성에 더 심각하게 노출되고 있다고 월가의 권위있는 경제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이 12일 분석했다.
세계화로 인해 FRB와 다른 주요 경제권 중앙은행간 `금리 동조'가 심화되면서인플레에 대한 우려도 과거에 비해 훨씬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와 블룸버그는 버냉키의 강도높은 인플레 우려를 계기로 FRB가 이달말의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에도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버냉키 외에 FRB 통화정책이사와 연방준비은행총재 등 최소한 4명의FRB 지도부가 인플레를 강도높게 우려했다면서 이것이 얼마 전과는 확연히 다른 기류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버냉키의 발언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FRB의 향후 금리정책을 놓고양분됐던 금융시장이 `금리인상 중단이 물건너간게 아니냐'는 쪽으로 확연히 이동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뉴욕 소재 HVB 아메리카의 로저 쿠바리치 수석애널리스트는 "FRB 내의 통화정책논란이 끝난 것 같다"면서 "버냉키가 금리인상 중단의 명분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널드 콘 FRB 통화정책이사도 지난 8일 미의회 청문회에서 "최근의 인플레 관련 지표들이 다소 혼란스럽다는 판단"이라면서 "FRB가 예상했던 것보다 높다"고 말했다. FRB가 인플레 판단에 애를 먹고 있음을 실토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실물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FRB의 인플레 정책이 잘못된게 아니냐는논란도 일부 제기된다.
로이터는 FRB가 인플레에 지레 겁먹어 필요 이상으로 통화 정책의 고삐를 조여결국 경제를 둔화시키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토론토 소재 BMO 네빗 번스의 셰리 쿠퍼 수석애널리스트는 "FRB가 (이달말 이후에도) 금리를 더인상하면서 결국 세계경제 둔화라는 역풍을 맞게될 것"이라면서 "인플레 고삐가 이미 잡히기 시작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FRB의 인플레 대처를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순환적 인플레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중국발 인플레를 주목해야 한다고지적했다.
중국이 더 이상 저임금 천국이 아니며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는 한편국제 원자재값 상승도 중국의 오랜 저가수출 전략을 위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홍콩 소재 모건 스탠리의 앤디 시에 아시아담당 수석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생산 정상화'가 순환적 인플레의 주요 요인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면서 "지난 2002-2005년의 디스인플레이션에서 초래된 지탱될 수 없는 요소들이 토해내져야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을 포함한 태평양권에서 수입되는 가격이 지난달 0.2% 상승해지난해 8월 이후 첫 증가했다는 점과 중국의 노동비가 지난해 시간당 1.36달러로 지난 2001년에 비해 72% 상승했음을 상기시켰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중국발 인플레를 가중시키는 변수로 추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페섹은 블룸버그가 12일 게재한 `아시아는 버냉키의 조치만 기다릴 수 없다'는제목의 기명 칼럼에서 "세계화가 FRB의 금리정책 기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FRB 산하에 12개 연방준비은행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표현했다. 즉 중남미가 13번째준비은행이며 동남아가 14번째, 러시아가 15번째, 그리고 중국이 16번째 준비은행이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FRB의 금리 정책에 주요 경제국들의 영향이 커졌다는 얘기다.
페섹은 아시아도 금리 정책에서 선택의 여지가 좁아졌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좋은 소식과 나쁜 상황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좋은 소식은 아시아가 지난 90년대말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경제 체질이 다져졌다는 것인 반면 나쁜 소식은 그간의 저금리로 돈이 많이 풀리고 이로 인해 부채가크게 늘었다는 것이라고 페섹은 진단했다. 돈이 흔한 바람에 구조조정의 필요성이약화되고 또 인위적 변수가 많은 자산 거품도 심각한 수준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아시아도 고금리 대세를 외면할 수 없게됐으며 이것이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페섹은 이 때문에 최근 아시아 쪽에서 "만약 이러면 어떻게될까"라는 걱정어린시나리오를 얘기하는 목소리들이 많다면서 이것이 '균형잡힌 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 여지를 좁히는 부정적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