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물가'에 대한 우려가 이번에는 공공요금 인상 논란으로 불이 옮겨붙었다. 지난 6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이 "최근 물가가 낮은 상황이니만큼 오랜 기간 억눌러왔던 공공요금을 현실화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마침 정부 내에서도 공공요금을 합리화ㆍ현실화한다는 명분으로 인상시키는 방안이 조심스럽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통위와 정부의 이 같은 방안은 지난 8개월간 이어진 1%대 물가가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완화하고 만성적인 공공기관 부채를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설득력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공공요금 인상이 서민생활과 직결되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방만한 공공기관의 경영합리화가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공요금을 올려주기에는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체감물가 높은 서민부담 더 커지나=지난 2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공공요금 인상을 주장한 금통위원은 "중기적 관점에서 지금 올려놓으면 물가가 오를 때 공공요금을 올리지 않도록 하는 여력을 비축할 수 있다"며 "공공부채 부담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요금 인상이 매번 물가에 발목이 잡혀 미뤄져왔던 전력을 상기시킨 것이다.
하지만 당장 국회에서부터 문제가 됐다. 국회의원들은 3일 가계부채 청문회에서 "차상위계층과 기초수급대상자들을 다 죽이는 정책"이라고 반발했고 이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전체 의견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문제는 최근 지표상 물가가 낮아도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경기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가뜩이나 일자리 부족과 저소득에 치이는 저소득층은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타격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방만경영 해소가 우선=요금인상에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행태가 개선되지 않는 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정부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을 통해 조사한 결과 원가보상률이 100%를 넘으면서도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는 공공기관이 다수였다. 공공요금 인상이나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한번 부실을 해결할 수 있을진 몰라도 근본적인 문제까지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만성적인 공공기관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한다. 지난해 말 공공기관 부채는 493조원으로 요금 인상뿐 아니라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다 동원해도 단시간에 해결하기는 버거운 규모다. 금통위원의 주장대로 물가 걱정이 없는 지금이 적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서민 체감물가가 더 높아지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올린다면 지금이 적기"라며 "다만 공공기관 스스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철저한 내실경영을 보여주지 않는 한 요금 인상은 매번 여론의 반대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