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TV 싸게 사자" 텐트 치고 노숙까지

북미 최대 쇼핑축제 '블랙프라이데이' 현장 가보니<br>LG전자 G2 할인 현대차 무이자 할부… 영하 날씨에도 개장 3시간 전부터 장사진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을 맞아 미국 뉴욕의 베스트바이 웨스트 나이액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삼성 TV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기자가 찾은 미국 최대 가전 유통업체 '베스트바이의 뉴욕 웨스트나이액(West Nyack). 오후6시 정각에 매장 문이 열리자 맹추위에 떨며 밖에서 기다리던 수 백명의 고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밀물처럼 들이닥쳤다. 북미 최대의 쇼핑 축제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특히 삼성전자 매장은 한마디로 인산인해였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삼성 65인치 TV를 구매한 릴리씨는 "비록 몸은 무겁지만 평소 갖고 싶던 대형 사이즈의 삼성 TV를 이렇게 좋은 가격에 살 수 있어 매우 만족한다(perfect)"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인근의 베스트바이 시카커스 매장에서는 삼성전자 제품을 싼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이틀 전부터 텐트를 치고 노숙하는 소비자들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때는 삼성전자가 현지 소비자들에게 독보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가다. 실제로 이날 매장 주차장에서는 삼성 65인치 TV를 차에 싣고 가기 위해 지붕 위에 얹거나 박스를 해체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됐고 베스트바이와 코스트코를 비롯한 미국 전역의 유통매장에서는 삼성 TV를 한 푼이라도 더 싸게 사기 위해 몰려든 소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인근의 코스트코와 PC 리처드 앤 선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의 손에도 어김없이 삼성 TV가 들려 있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프리미엄 제품인 7시리즈, 3개 모델을 할인 품목에 포함하고 매장 내에 스마트 TV 기능을 시현해보는 체험공간을 마련하는 등 블랙 프라이데이 특수 잡기에 적극 나섰다. 이에 힘입어 삼성이 이번 기간 베스트바이 특화 모델로 단돈 999달러에 내놓은 65인치 LED TV는 일부 매장에서 판매 개시 몇 시간 만에 품절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기존 같은 크기의 제품이 1,599달러에 판매되던 것과 비교하면 약 600달러나 싼 가격이다. 삼성전자는 11월 한 달간 연간 판매량의 20%에 맞먹는 TV를 판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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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구 삼성전자 미주법인 상무는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시장 평균을 웃도는 성장률을 달성해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려나가겠다"며 "내년에는 올림픽 특수 등 각종 호재가 있어 성장세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통가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제품을 앞세운 마케팅이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다. 베스트바이는 블랙프라이데이에 삼성전자 갤럭시 S4를 2년 약정으로 공짜 판매했고 LG전자 'G2(스프린트 2년 약정 기준)'도 출고가에서 150달러 인하한 50달러(약 5만3000원)에 내놓았다. 현대차는 무이자 할부로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를 판매하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 캘거리의 현대차 딜러는 2013년형 제네시스를 구입하면 2013년형 엑센트를 덤으로 주는 1+1행사를 시작했다.

올해 블랙프라이데이는 내년에 열리는 소치 동계올림픽과 브라질 월드컵 특수 기대와 맞물려 열기가 한결 뜨겁다. 미국 현지의 중저가 브랜드 '비지오'와 '인시그니아' 등이 적극적인 저가 물량공세에 나서는 등 메이커마다 파격적 세일즈 경쟁을 벌이고 있고 유통업체들마다 굳게 닫혔던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개장시간을 앞당기고 할인율과 품목·기간을 대폭 늘렸다. 베스트바이는 금요일 0시에 문을 열던 관행을 깨고 추수감사절 당일인 목요일 오후6시에 판매를 개시했고 월마트와 일부 백화점들도 이 같은 행렬에 동참하며 판촉경쟁에 불을 지폈다.

유통업체들이 대대적인 할인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달 28일 찾은 베스트바이 웨스트나이액 매장은 영하의 날씨에서도 개장 3시간 전부터 200여명의 고객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안드레 샘 매장 매니저는 "미국인들에게 블랙프라이데이는 '슈퍼볼'과 더불어 연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라며 "매장을 찾는 방문객 수도 평소보다 4배 이상 늘어난다"고 전했다. 블랙프라이데이를 전후해 온라인 매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마케팅 클라우드 시스템을 운영하는 어도비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 전날인 추수감사절의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보다 18% 늘어난 10억6,000만 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돌파했다고 마켓워치가 30일 보도했다.

한편 블랙프라이데이는 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의 다음날로 미국 전역의 유통업체들이 연중 상품을 가장 싸게 파는 시기다. 적자를 면치 못하던 기업들의 회계장부가 추수감사절 할인행사 이후 흑자로 돌아선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실제로 미국 가정은 연간 총 소비의 30% 안팎을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에 쏟아 붓는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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