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공짜도 전략이다"…스마트한 가격정책 담아

■스마트 프라이싱(자그모한 라주ㆍZ.존 장 지음, 럭스미디어 펴냄)


영국의 록 밴드 '라디오헤드'는 2007년 9월 최신곡 10곡이 수록된 새 음반을 출시하면서 다운로드 받는 팬들이 원하는 만큼 가격을 지불하게 했다. 고객이 사이트 결제 페이지에서 빈 가격란을 클릭하면 "당신이 정하세요"라는 메시지 창이 떴다. 라디오헤드는 전통적인 음반 유통 방법에 대한 불만, 인터넷 상에서 판치는 해적판 음원에 대한 대응책으로 이 같은 파격을 택했다. 이른바 '원하는 만큼 지불하라(Pay as you wise)'의 가격 정책이다. 우려와 논란을 극복하고 180만명 이상이 앨범을 다운로드 했다. 이 중 60%가 공짜로 받아갔지만 40%는 평균 2.26달러를 지불했고 전통적인 음반 가격보다 더 많은 20~30달러를 지불한 사람도 있었다. 게다가 이 전략은 대중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고 고가의 '디럭스세트'에 대한 예고 격으로 작용하면서 라디오헤드는 음악차트와 음반판매 모두 성공을 거뒀다.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초고가 정책 상품이 절대로 할인하지 않는가 하면 원가 이하 판매를 감행하는 기업의 비상식이 상식을 능가하기도 한다. 와튼스쿨의 마케팅학과장과 마케팅 교수가 함께 쓴 이 책은 비상식과 파격을 포함한 다양한 가격책정의 방법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진정 '스마트하게' 정하도록 조언한다. 공짜도 때로는 전략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인터넷 위키피디아의 경쟁, 최강의 검색엔진 구글이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무료정책에 대해 저자들은 더 많은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할수록 고객들은 시간과 관심, 주의를 지불한다고 설명한다. 작게 생각하는 습관에 기반한 '푼돈효과'도 이윤 창출의 기술이다. 10달러짜리 제품을 9.99달러에 판매하면 5%의 판매 증대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자들은 극빈층 대출로 성공적인 은행업을 창출한 무함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의 사례를 통해 소비자들이 무의미하다고 여길 만큼 작은 단위로 가격을 분할해 이윤을 창출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이 외에도 중국의 저가정책을 중심으로 한 '가격전쟁의 기술',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를 사로잡는 전략, 반복 구매하는 물건에 대한 가격책정 전략을 다루고 있다. 또한 소비자의 허영심을 자극하는 '속물 효과'의 고가정책, 사용 후 지불 방식을 택함으로써 상품의 가치를 높이고 구매자와 신뢰관계를 쌓는 가격정책 등도 이야기했다. 저자들은 "궁극적으로 스마트한 가격설정은 고객에 대한 깊은 지식, 좋은 경제적 직관, 현장 감각의 3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 '예술이고 과학'"이라고 강조한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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