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韓-아세안 FTA 타결] 자동차·IT등 발효 즉시 무관세 수출

섬유·신발등 아세안 주력품목은 양보<br>시장개방 제외품목 50~100개로 늘려<br>中과 개방속도 비슷 "불리하지 않다"


올 2월 첫 협상을 시작으로 순항할 것 같았던 아세안과의 FTA협상은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과 시장개방 폭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그동안 난항을 겪어 왔다. 그러나 지난 부산 APEC 회의는 교착상태에 빠진 한ㆍ아세안 FTA의 연내 타결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우리 정부는 APEC 아세안 7개국과 연쇄 회담을 갖고 서로 한발씩 양보하는 타협안을 만들어 냄에 따라 8차 협상에서 마침내 타결을 이뤄냈다. 아세안은 우리의 제4위 수출시장이자, 제3위 투자대상이며, 제2위 해외건설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이번 FTA 타결은 국내 수출에 청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재화 무역연구소 FTA팀장은 “이번이 4번째 FTA이지만 경제적 영향을 감안하면 사실상 첫번째다”라고 평가했다. 또 이번에 아세안과 맺은 FTA 협상안은 우리보다 앞서 아세안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중국에 비해 개방속도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비슷한 고지를 확보한 셈이다. 한편 아세안과의 FTA 발표시 단기적으로 우리나라 수출이 현재 보다 100억 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중 제조업 수출 증가가 98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아세안 FTA, 뭘 양보 하고 얻었나 = 우리 정부와 아세안은 FTA협상에서 오는 2012년까지 교역상품의 90%까지 무관세화 한다는 합의점을 이끌어 냈다. 당초 우리는 2008년까지 교역상품의 80%에 대해 관세철폐를 요구한 반면 아세안측은 2010년까지 85% 관세철폐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과정에서 우리측은 개방 속도를 늦춰줄 것을 제시한 아세안측의 입장을 수용한 대신 관세 철폐 대상 품목을 늘리는 타협안을 제시, 아세안측과 합의를 이끌어 냈다. 또 개성공단 생산 제품에 대해 한국산으로 간주하는 것에 대한 동의를 얻어냈다. 아세안의 주력 품목인 섬유, 신발, 석유화학 등에 대해서도 우리가 어느 정도 양보했다. 이들 품목 등을 중심으로 나머지 10% 가운데 상당 상품에 대해서는 2016년까지 5%로 관세를 인하키로 한 것이다. 아세안의 주력 수출품목에 대해 한발 양보하는 대신 우리 주력 수출품에 대해서는 FTA 발효와 동시에 무관세 수출을 따 냈다. IT, 조선, 자동차 등 한국 주력 수출품은 이에 따라 아세안 10개국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아울러 양허(시장개방) 제외 품목은 50~100여개 상품으로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개방속도 비슷, 경제ㆍ자원 측면에서 많은 기회 = 재계에서는 아세안 FTA 협상 체결 과정에서 정부에 중국 보다 개방 속도가 늦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수출 상대국인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아세안은 중국과 올 7월 FTA가 발효 됐으며 일본과 협상을 진행중이다. 중국과 아세안이 맺은 FTA를 보면 2010년까지 7,455개 품목(교역상품의 90%)의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또 2015년까지 시장 통합을 겨냥하고 있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치상으로는 1년 정도 개방속도가 늦춰졌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중국과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지적 대로라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는 처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어렵게 결실을 맺은 한ㆍ아세안 FTA는 경제ㆍ자원 측면에서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안겨 다 줄 것으로 보인다.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동서남아팀장은 “아세안과 FTA가 체결됨에 따라 한국은 최적의 생산거점을 마련하게 됐다”며 “또 중국과 일본이 아세안을 중심으로 구상하는 자유무역구상에 한국도 동참하게 됐다는 것이 큰 의미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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