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문가 리뷰] '사회적 기업'공존의 혁명 일구다

■ 보노보 혁명 / 유병선 지음 부키 펴냄<br>“약자 배려하며 성공 경영 가능”<br>빈민 대출·저가 의료품 판매등<br>공익 사업 펼치는 기업들 소개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나 제3세계에 도서관을 설립하는 '룸투리드(Roon To Read)'의 설립자 존 우드.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 희망학원 BELL의 설립자 얼 마틴 팰런과 아이들.

찰스 다윈은 자본주의가 급격하게 확산되던 19세기 중엽에 진화론을 완성했다. 그가 살았던 세상은 경쟁과 약육강식이 판치는 세상이었다. 그는 종(種)이 생존경쟁을 통해 진화한다고 보았고, 다윈의 진화론은 적자생존이나 약육강식과 같은 사회다윈주의의 언어로 번역되어 세상에 널리 유포되었다. 경쟁을 부르짖는 기업가들은 적자생존이라는 말을 좋아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생물학자들은 자연에는 경쟁만이 아니라 협동과 공생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1960년대를 통해서 문화혁명, 소수인종, 여성, 동성애자와 같은 소수자의 권리 찾기를 경험했던 과학자들은 종이 경쟁만이 아니라 협동과 공생을 통해서 진화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경쟁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간이 공격적이고 경쟁적인 침팬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이 침팬지만을 닮은 것이 아니라, 온순하고 협동적이며 타자를 배려하는 보노보의 특성 역시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침팬치의 아종(亞種)으로 발육이 불완전해 피그미 침팬치라고 불리는 보노보는 책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우리의 모습을 상징한다. 저자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사회적 기업'의 활동과 주인공을 소개한다. 이것이 '혁명'인 이유는 기업의 혁신성과 창의성이 공공의 이익과 공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나 시민단체가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공공의 이익을 증진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주주의 이윤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 특히 사회적 약자의 공익을 위해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평등을 꿈꾸는 이상주의자의 공상이 아니라, 지금 세계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책에서 우리는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기업가들을 만날 수 있다. 빈민들을 위한 도서관 건설 사업을 하는 존 우드의 이야기부터, 빈민에게 대출 사업을 해서 큰 성공을 거둔 그라민 은행, 아프리카의 농민에게 값싼 펌프를 만들어 판매하는 킥스타트 회사, 저가 의료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오로랩, 소득에 비례해서 의료비를 내는 아라빈드병원, 고령자들의 창업과 혁신을 지원하는 시빅 벤처스, 헝가리의 장애인 공동체 초모르, 우수한 사회적 기업가를 선정해서 지원하는 아쇼카 재단 등 사회적 기업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적 기업의 활동이 정부로 대표되는 제 1섹터, 기업과 시장으로 대표되는 제 2섹터, 그리고 시민단체로 대표되는 제 3섹터 등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제 4섹터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음을 강조한다. 사회의 양극화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잘 사는 나라에서도 부자와 빈자의 간격이 커지고 있고, 전지구적으로도 제 1세계와 제 3세계의 간격이 벌어진다. 좋은 일자리는 사라지고, 낮은 임금에 고용이 불안정한 서비스직이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의 효과는 사회의 약자를 위한 기업만이 아니라 사회의 약자가 주체가 된 기업이 될 때 배가된다. 사회적 기업은 '돈'을 위한 일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일을 추구하며, 이는 사회의 양극화를 견제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이중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21세기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로서 저자가 제시하는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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