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2년 반이 지났다. 많은 부문에서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공공 부문을 보면 생각만큼 진척되지 않는 것 같다. 많은 공기업에서 부패비리 의혹사건이 터지고 있고 방만한 운영으로 국민으로부터 비난받고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혁신대회를 개최해 우수혁신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불미스러운 일이 계속 일어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노사관계 정상화부터 시작
최근까지 공공기관에 종사했던 필자로서는 이러한 원인이 공기업의 경영 관행이 낙후되고 노사관계가 왜곡돼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사실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이 단임제 관행 때문에 개혁을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보다 조용히 임기를 채우는 편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바로잡기보다는 적당히 타협하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그 결과 노사관계가 크게 왜곡돼 비정상적인 경영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국민에 대한 봉사라는 본연의 목적을 상실했는데도 불구하고 잡음 없는 경영만을 중시해 노사가 함께 도덕적 해이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기업과 달리 공공기관에서 노사관계가 왜곡되면 그 폐해가 더욱 크다는 것은 명약관하한 일이다. 이미 많은 공공기관의 단체협약에서 인사경영권에 대한 사전합의제와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 보장의 사례를 보게 된다. 노조와 사전합의해서는 책임 있는 경영을 기대할 수 없고 경영혁신은커녕 기관운영 자체도 불가능하게 된다.
또한 근무시간 중 직원들의 자유로운 노조활동은 기강해이를 초래하게 되고 이는 곧 업무의 부실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기관에서 어떻게 진정한 고객서비스와 공정한 업무처리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을 시급히 바꿔야 한다. 노사관계를 정상화시키지 않고는 개혁다운 개혁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공공기관을 변화시키고 개혁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기관의 개혁은 어느 한사람의 힘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CEO와 정부ㆍ직원 모두의 변화를 통해 비로소 성취될 수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CEO의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거친 밤바다를 항해하는 배 한척을 상상해보자.
물론 배를 움직이고 지속적으로 동력을 공급해 배를 멈추지 않게 하는 것은 선원들의 몫이다. 그러나 뱃머리를 어디로 향할 것인지, 나아갈 것인지, 멈출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선장의 몫이다. 선장이 제대로 된 길을 밝히지 않으면 수많은 선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배는 결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CEO의 역할도 이와 같다. CEO가 개혁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갖지 않는다면 그 어떤 개혁도 이뤄질 수 없다. 개혁을 위해서는 먼저 CEO가 자기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부딪혀서 싸우고 옳은 것을 향해 나아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개혁에 실패하면 자리를 물러날 생각을 해야 한다.
공공 부문을 개혁함에 있어 정부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공공기관의 혁신을 촉진하고 성공시키기 위해 정부가 유의해야 할 사항을 몇 가지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유능하고 개혁적인 CEO가 임명돼야 한다.
혁신은 강제로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 구성원들의 마음이 바뀌어야 한다. 구성원들의 마음을 바꾸는 데 있어 CEO의 역할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혁신은 고통이 수반되기 때문에 무사안일에 물들었던 사람들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설득해 혁신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개혁적이고 조직 운영능력이 탁월한 CEO의 임명은 필수적이다.
정부, 개혁적CEO 임명해야
과거의 개혁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비개혁적인 인물에게 이를 맡겼기 때문이다. 기득권에 물든 사람이 과연 다른 사람을 설득해 개혁을 완수할 수 있겠는가. 둘째, CEO에 대한 획일적인 단임제는 제고돼야 한다. 한 조직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3년의 기간은 지나치게 짧은 면이 없지 않다.
개별적인 혁신 과제를 이행하는 데는 충분한 기간일지 몰라도 무사안일과 기득권에 빠져 있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뿌리째 바꾸기 위해서는 짧은 기간이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혁신이 전시용이나 지엽적인 것이 아니라면 CEO의 그간 업적과 계획을 면밀히 평가해 개혁을 완수할 수 있게 하는 것이야 말로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첩경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