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한 만학도가 고교 졸업장을 부여안고 한없는 눈물을 흘렸다. 9일 대전 평송청소년수련원 대강당에서 열린 도시형 대안학교인 예지중ㆍ고 졸업식장 가장 앞쪽에 앉아 교직원들로부터 축가를 받던 중년부인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지난날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치고 학력 열등감에 짓눌려 주위사람들 몰래 가슴을 졸이며 살아온 늦깎이 이경숙(50ㆍ사진)씨의 고교 졸업장은 다른 학생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었다. 제 나이를 훨씬 넘긴 마흔네살에 중학교에 입학해 자녀뻘의 학생들과 공부를 하기 시작한 이씨는 연달아 고등학교까지 마친 이 순간 모든 설움을 눈물로 녹여냈다. 특히 그에게는 지난해 2학기 수시모집에서 배재대 생명환경디자인학부에 수석으로 입학한 터여서 이번 졸업의 감회는 남달랐다. “정말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가정사정으로 고향인 서산에서 초등학교만 마치고 가사를 돌보려고 뽕밭을 매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고 큰 언니의 결혼 등으로 어려운 가정살림을 도와야 했던 이씨는 결혼 후 자녀의 중학진학을 위해 남편을 서산에 남겨둔 채 대전으로 유학을 오면서 배움의 꿈이 되살아 났다. 그는 둘째 딸(25)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대안학교지만 교육부로부터 다른 학교와 동등하게 학력을 인정받는 예지중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초등학교 학력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워 중학교에 다니는 것을 숨겨야 했다. 그러던 중 자녀로부터 “그것은 창피한 것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것”이라는 격려를 받은 뒤로는 떳떳이 늦깎이라고 밝힐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