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단 변해야 산다/(中)허술한 체계] 사후관리 엉망 입주기업 피해

“교통난은 물론이고 도무지 차 댈 곳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대중교통이 편리해 차를 두고 올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내 보안업체 D사에 근무하는 P(32)씨는 출ㆍ퇴근시 평균 1시간 30여분을 쓰고 있다. 공단 진입로에서 해당업체까지 차들이 밀려 발생하는 교통난 때문. “인근 광명시나 인천, 안산에서 오는 사람들 대부분 자가용을 타고 출근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수출의 다리나 가리봉 오거리 주변은 거의 전쟁터 수준”이라고 그는 말한다. 전국 산업단지들이 심각한 교통, 주차난을 겪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단지가 설립 후 10년에서 30년이 지나도록 적절한 도로 확장이 미흡한 채 방치되어 후속관리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공단 관리와 관련된 각종 제도 개선이 미흡함으로 인해 전력, 용수 등 적절한 인프라 제공이 부실한 상태다. 이 같은 현상은 `일단 공단을 만들고 보자`는 방침아래 공단 조성에만 예산이 투입되고 향후 건교부, 산자부와 일선 지자체간 예산 논란으로 후속관리가 거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십 년 전 도로사정 그대로 = 가장 먼저 조성된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의 경우 초창기 2차선 도로가 그대로 남아 있고 확장된 도로가 거의 없는 상태. 특히 1단지를 제외한 2, 3단지는 보수도 미흡하고 초창기 상태 그대로 여서 교통난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의 경우 주요 진입로가 제2경인고속도로의 남동인터체인지 1개소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출, 퇴근시나 물동량이 많을 때는 심각한 교통 체증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동시에 단지 내 업체들의 물류비 상승을 가져와 산업경쟁력 약화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경기도 시화ㆍ반월단지도 단지내 노선버스가 반월단지 10개, 시화단지 13개 노선에 불과해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퇴근이 힘든 상태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직원들이 승용차를 이용하고 있어 심각한 주차난이 야기되고 있다. 실제 이 같은 교통난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온 문제점이지만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미뤄지고 있다. 산단공 관계자는 “이들 지역의 교통난 해결을 위해서는 서울시나 각 지자체에 도시계획시설 입안을 요청,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지자체 관심 부족과 예산문제로 해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단지는 최첨단, 제도는 전근대 수준 = 최첨단 공장으로 각광 받는 아파트형 공장의 경우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만 현재 13개가 준공되어 있고 16개가 건설 중이다. 하지만 지난 4월초까지만 해도 이 공장에 입주한 제조업체들은 `공업전력`을 쓰지 못했다. 한전측이 `제조업체와 일반사무실이 섞여 있다`는 이유로 일괄적으로 `일반전력`을 공급했기 때문. 이 같은 상황은 `공업전력 사용요건`에 해당하는 `제조업종`을 규정함에 있어 다양한 벤처 업체들의 업종들이 포함되지 못해서 생겨난 일이다. 산업단지 내 관리체계 이원화도 문제다. 아파트형 공장 후속관리 업무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담당하고 있지만 실제 공장설립 허가는 전부 해당 구청이 내주는 상태. 이에 따라 공단관리에 필요한 체계적인 배치, 정비 계획 등이 고려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공장 설립이 늘고 있다. 특히 아파트형 공장은 인기가 높아 분양가도 상승하고 있지만 별도의 교통, 환경영향평가를 받을 필요가 없어 민간 사업자들이 개발에 더욱 열을 올리는 상태다. 구로구청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아파트형 공장이 일반화된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적정한 법령이나 관계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업종별 혼재에 시설 불법 이용도 많아 = 대부분의 산업단지들이 단지 확장에 따른 개발 계획 수정이 늦어 대부분의 단지에 각 업종들이 혼재되어 있는 상태다. 특히 부품, 장비 제조업종의 경우 관련 업체들이 함께 모여 운영되어야 물류, 판매 등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음에도 용지부족으로 `남는 땅`에만 입주하는 경우가 많다. 불법적인 시설 이용 사례도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2단지에 위치한 할인매장 `마리오 아파트형공장`이다. 현행 공배법에 의하면 산업단지내 공장에 입주할 수 있는 지원시설(비제조시설)은 건물 연면적의 30%(7월부터 산배법에 따라 20%로 강화)로 규정되어 있다. 산단공 관계자는 “이 규정은 제조업체가 자사 브랜드의 물건만 팔 수 있도록 허용한 부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마리오 공장의 경우 이미 200여개 이상의 매장이 입주, 자사 이외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엄연히 사용규정을 어긴 셈이다. 하지만 이미 이 지역은 30여개의 대형 의류할인 매장이 들어서며 `패션단지`를 형성했다. 금천구청 등 관련 지자체도 이 지역을 패션 단지로 발전시킬 것을 제안한 상태. 결국 산업단지 내 각 시설에 대한 철저한 조성계획과 사후 관리 부족으로 일어난 경우다. 이 같은 산업단지의 난점 해결을 위해선 공단 조성보다는 관리에 더 큰 예산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산단공 조사연구실 임종인 박사는 “아파트는 시공 후 사후 관리를 당연시하면서 산업단지는 조성만 하고 그 다음은 내버려 두는 입장이었다”며 “건교부 등 관련 부처의 예산 지원이나 관리권소재 명시를 불명확하게 하다보니 이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가산업단지는 그나마 산단공이 관리를 하지만 100여개가 넘는 지방단지는 관리공단을 갖고 있는 곳는 상태. 게다가 90년대 초반부터 분양가의 3~7% 정도인 관리비용마저 입주업체들로부터 얻지 못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상경기자 hs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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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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