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검찰 일반 직원이 법원 공무원노조준비위 게시판에 검사들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서울지검의 한 검사가 공개토론을 제안,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 구태언(사시 34회) 검사는 25일 검찰 내부통신망을 통해 `홍길동`이란 가명의 일반 직원이 올린 `검사스럽지 않은 검찰을 위하여(1)`라는 쓴 소리에 대해 “우리 내부의 치부가 될 수 있는 민감한 문제들로 먼저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는 것이 정도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검찰 일반직원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에 대한 건의문 형식을 빌려 검찰 내부의 문제점을 폭로한 바 있다.
◇검사만을 위한 검찰조직 개혁해야=일반직원은 검찰조직을 `검사의, 검사에 의한, 검사를 위한 조직`으로 규정하며 효율적인 내부견제를 위해 직원들에게 노동조합 결성권을 부여하거나 직장협의회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 등이 도입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울지검의 한 직원(8급)은 “정부가 공무원 노조 설립을 허용하려는 추세이지만 검찰 일반직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검찰개혁이 미진한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조직과 제도에 대해서도 “검사를 행정업무에서 해방시켜 수사에만 전념토록 개편돼야 한다”며 대검찰청 공안과장과 정보통신과장, 컴퓨터수사과장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에는 검사 아닌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계장에 대한 의존도 낮춰야=그는 “법적으로 검사가 직접 해야 하는 피의자신문과 공소장 작성 업무의 90% 이상을 참여계장이 하고 있는 점도 문제”라며 “주임검사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고 주요 사건은 부장검사가 직접 처리하고 결과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직원은 또 “고위 간부들이 업무용 관용차량을 밤늦게 술자리에까지 이용하는 것은 검사들이 `특권`이라는 중병에 걸렸기 때문”이라며 “이는 검사들을 견제할 아무런 내부장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문민화와 검찰 감찰도 주문=모든 문제점의 해결을 위해 그는 “고급 공무원인 검사가 직급에 상응하는 업무만을 담당하고 법무부는 철저히 문민화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검찰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해 대검에서 수행하고 있는 감찰기능을 법무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것.
◇검사, 사이버 토론 요구로 파장 확산=이에 대해 서울지검 구태언 검사가 사이버토론을 제안해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구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에 따로 공간을 만들어 토론을 벌인 후 향후 통신망 전체로 논의를 확산시키자”며 “검사들도 가슴이 열려 있어 얼마든지 함께 문제를 논의해 갈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구 검사는 “검사들도 올해초까지만 해도 검사게시판에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글을 쓸 때는 가슴을 쓸어 내리고 이를 악물면서 써야 했다”고 술회했다.
<고광본기자, 김한진기자 kb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