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제2 세월호 막는 법 '현장중심 시스템'에 있다"

국내 재난방지 연구 선구자 조원철 교수

화재 때 유독가스 흡입 막을 비닐봉투 가방에 넣어두기 등

유형별 대처 익혀야 참사 막아

방재자원 제때 총동원 할 수 있게 현장·중앙부처 통합시스템 필요


"재난재해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평소 습관부터 바꿔야 합니다. 가령 화재 발생시 유독가스 흡입을 막을 수 있는 비닐봉투를 가방에 넣어두는 것도 중요한 습관이지요."

국내 재난방지 연구분야의 선구자인 조원철(65·사진)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지난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재난재해 대응은 현장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복잡한 보고체계나 이해하기 어려운 매뉴얼보다 즉시 현장에서 실행할 수 있는 행동요령 숙지와 습관화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정부도 지방자치단체 등 현장 책임자가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보유한 모든 방재자원을 적시에 총동원할 수 있는 기능적 통합 시스템이 갖춰져야 제2의 세월호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1988년 연세대에 국내 첫 재해연구소를 만들고 1997년 국립방재연구소 초대 소장, 재난관리표준학회장을 역임하는 등 26년 동안 국내 방재학 이론을 이끌어왔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최근 일련의 대형사고가 예방과 현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탓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는 하얀 벽을 계속 쳐다보면 다른 물체가 잘 보이지 않는 이른바 '백색벽 증세(white wall syndrome)'를 겪었다"며 "온 나라가 정치·복지·경제 등에만 몰입하다 보니 정작 소중한 생명과 직결되는 재난재해 예방에는 무신경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재난 및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항상 대비하는 훈련과 생활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가령 화재가 난 빌딩에서 탈출할 때 가방에 가지고 다니던 비닐봉투를 꺼내 입에 대고 호흡하면 충분한 시간 동안 유독가스를 마시지 않고 화재현장을 벗어날 수 있다"며 "비닐봉투가 최고의 구명기구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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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안전사회로 가기 위해 현장방재기구와 중앙안전기구로 이뤄진 방재안전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상시에는 중앙부처가 현장조직인 전국 244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의 사고 예방 및 대비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감시·점검하고 재난재해가 발생하면 중앙정부가 현장조직이 요구하는 모든 자원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그는 "중앙 부처별로 각자 가진 기능과 재원을 평상시 파악하고 비상시 총동원하는 것"이라며 "가령 세월호 참사 때 희생자 가족들을 안산에서 진도 팽목항까지 이동시키는 데 지역 택시조합이 자원봉사했지만 사실 국토교통부에서 가용자원을 활용했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설되는 국가안전처가 재난시 각 부처가 동원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도록 통솔·조정하기 위해 특임권을 부여 받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부처들이 각자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면 합당한 패널티(벌칙)를 줘야 하고 이를 법으로 규정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대형사고 20년 주기설이 있는데 이번 국가안전처는 이 주기설을 없애는 게 임무"라며 "안전행정 공무원들이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되지만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에게는 인센티브도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급인 초대 국가안전처장의 조건으로는 주저 없이 전문성을 꼽았다. 그는 "전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재해유형을 파악하고 투철한 안전의식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어 "마라도 앞 해상사고를 가정한다면 그곳 통장이 현장 지휘자가 되고 현장에서 요구하는 방재자원을 모두 동원하는 역할분담 체계가 이번 참사를 계기로 제대로 갖춰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오는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오랫동안 맡아온 연세대 방재안전관리연구센터장 자리도 내놓기로 했다. 그는 "현직에서는 물러나지만 지난 30여년간 그랬던 것처럼 오로지 방재연구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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