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손실 피해 줄이려 공권력 전격 투입

24일 경찰이 전격적으로 공권력을 투입한 것은 완성차 업체가 하루 1,000억원의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이날 오후2시 열린 유성기업 노사의 2차교섭이 결렬되자 더 이상 기다린다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진압과정에서도 큰 충돌이 없어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고 2시간 만에 상황이 종료됐다. 사측은 기계점검이 끝나는 대로 최대한 빨리 공장을 정상 가동할 예정이다.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유성기업 노사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지적이다. ◇왜 공권력 투입 예상보다 빨랐나=경찰이 예상보다 공권력 투입을 빨리 결정한 것은 무엇보다 산업계 피해가 너무 큰데다 노사 간 협상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유성기업의 파업으로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가 하루 1,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고 있지만 파업을 주도한 노조 간부 등에 대한 사측의 민ㆍ형사 및 징계책임 문제를 두고 노사 교섭이 결렬되자 공권력을 투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노사는 전날에 이어 이날 오후2시부터 열린 공장 내부에서 두 번째 노사 교섭을 가졌으나 주간 연속 2교대제 근무 도입 등에 대한 서로의 견해 차이만 확인한 채 협상시작 20여분 만에 결렬됐다. 노사 양측은 이번 파업에 쟁점이 됐던 현행 주야 2교대제를 주간연속 2교대제로 바꾸고 월급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현대차 등 원청업체가 시행하는 것에 따라 도입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합의가 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민ㆍ형사 및 징계책임을 지는 노조간부를 몇 명으로 할지에 대해서 갈등을 거듭했다. 이날 노사 회의에서 사측은 노조 간부 등에게 민ㆍ형사 및 징계책임을 지도록 하고 기타 조합원은 선처하도록 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노조 측은 지회장 1명에게만 민ㆍ형사 및 징계책임을 줄 것을 고집했고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특히 민주노총 금속노조 측에서는 사측이 제시한 안을 받아들이도록 유성기업 노조를 설득했지만 금속노조 지도부와 계파가 다른 유성기업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위해 협상추이를 지켜봤지만 노사 교섭이 계속 결렬되고 산업계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다"며 "노조원들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진압과정 큰 충돌 없어=경찰은 오후4시를 기해 노조원 500여명이 일주일째 공장을 점거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유성기업 아산공장에 31개 중대 2,500여명의 경찰력을 투입했다. 전날 사측의 협조를 얻어 걷어낸 공장 철조망 15m와 이날 오후 걷어낸 철조망 10m 사이 통로를 통해 선발대가 공장 안으로 진입하며 노조원 연행작전에 돌입했다. 당시 노조원 500여명 가운데 200여명은 각각 정문과 후문에서 경찰과 대치 중이었으며 제품창고 등 공장 안에서는 300여명의 노조원들이 연좌농성 중이었다. 공장 안으로 진입한 경찰은 30여분 만에 연좌농성중인 노조원 300여명을 연행했으나 비교적 완강히 버티던 정문과 후문의 노조사수대원 연행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오후4시30분부터 차례대로 정문과 후문 사수대원에 대한 연행을 시도해 공장진입 2시간여 만인 오후6시께 모든 작전을 종료했다. 다행히 노조원 연행과정에서 경찰과 노조 양측 모두 별다른 부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연행한 노조원들을 상대로 주동자 등을 선별한 뒤 업무방해 혐의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이번 파업사태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노조지회장과 쟁의부장에 대한 신병확보에도 나서는 한편 노조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불법 파업 증거물을 찾고 있다. 경찰의 작전이 마무리된 뒤 관리직원들과 비노조원들은 노조원들이 농성을 벌이던 곳을 청소하고 공장설비의 재가동 가능성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경찰 측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노조원들이 별다른 저항 없이 순순히 연행에 응했다"며 "연행자들은 불법행위 가담 경중에 따라 사법처리할 방침으로 검찰과 협의해 단순가담자는 신원확인을 거쳐 조기 귀가시키는 등 사법처리를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조속한 공장 가동 추진=공권력 투입으로 완성차 업체의 막대한 생산차질 등 파국을 막은 만큼 사측은 최대한 빨리 정상가동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유성기업이 이달 말까지 부품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 총 4만8,000여대의 생산차질과 8,270억여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할 정도였다. 노조원들이 강제해산된 직후 공장으로 들어서면서 유시영 유성기업 사장은 24일 "공장 가동을 위해 곧바로 기계점검에 나서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정상 가동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이어 "마음 같아서는 오늘 저녁이라도 당장 공장을 가동하고 싶다"며 "기계 점검을 마치는 생산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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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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