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투자 왜 줄어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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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직접투자의 위축은 또 다른 성장잠재력 상실을 의미한다. 더욱이 성장 엔진인 수출도 급랭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의 동반 감소는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외국인 투자는 시세차익을 겨냥한 주식투자와 달리 고용 창출과 설비투자외에도 선진기술 및 경영기법 이전 등의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직접 투자 감소는 그만큼 한국의 투자환경이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문제는 현재의 투자환경과 여건으로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활기를 되찾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비관론이 우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발생한 대우차ㆍ효성 파업사태는 외국인의 대한 투자결정을 주저케하는 데 결정타를 입히고 있다.
▲ 외국인 직접투자 왜 감소하나
외국인투자 위축의 일차적 원인은 세계경기 둔화에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경기불황의 장기화로 해외자본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어 외국인투자 부진은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자회사인 EIU는 올해 세계 FDI(외국인직접투자) 규모가 작년보다 27%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에 외자가 밀물처럼 쏟아지고 있고 대한투자가 4개월 내리 감소하는등 예상외로 낙폭이 크다는 점에서 '외풍'탓으로만 돌리기엔 설득력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기업 구조조정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대형투자 매물이 크게 줄어든 점을 꼽고 있다. 환란직후 급한 김에 내놓은 알짜매물이 거의 소진돼 신규 매물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최근 발생한 대우 및 효성 파업사태등 노사 분규는 외국인의 투자의욕에 발목을 잡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주로 일본 투자자들은 노사문제에 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노사불안이 이어질 경우 당초 예정됐던 투자도 상당기간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업경영에 발목잡고 있는 각종 규제와 일관성 없고 투명치 못한 정부 정책 등 투자환경이 외국인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투자액 감소도 문제지만 투자내용도 부실해진다
경제파급효과가 높은 1억달러 이상 대규모투자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5월중 1억 달러 이상은 단 한건도 없고 500만달러 이하의 소액투자가 97%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 1건당 투자액은 132만달러에 그쳤다.
제조업 투자비중이 급락하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제조업 투자액은 1억8,000만달러인 반면 서비스업 투자는 4억1,600만달러에 달했다. 올들어 5월까지 제조업투자 누계는 전년대비 71.1%나 급감해 고용창출과 산업연관효과가 큰 '그린필드(공장 건설)형'투자 위축 우려를 낳고 있다.
▲ 하반기 여건도 불투명
외국인 투자는 ▲ 더딘 세계경기 회복속도 ▲ 단기간에 투자환경 개선 불투명 ▲ 정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 마무리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회복되지 않을 전망이다.
물론 대우자동차 매각협상이 진행되는등 긍정적 요인이 없지는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외자유치 협상의 주도권은 외국인으로 넘어가 오히려 '가격 후려치기'로 인한 헐값매각 가능성만 높아지고 있다.
대우자동차 매각은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제너럴 모터스(GM)가 신규로 투입할 직접투자액은 많지 않을 전망이고 하이닉스반도체외자유치 역시 DR(주식예탁증서)매각이어서 외국인투자실적과는 무관하게 된다.
하반기중 눈에 띄는 대형프로젝트도 거의 없다시피한 상황이다. 반면 아시아 지역의 외국인투자가 중국으로 몰려가고 있다는 것도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아직까지 한국으로 들어올 자금이 중국으로 빠져나간다는 정황은 없지만 제조업 분야의 그린필드형 투자는 '중국행'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투자유치사절단 파견 등 단기적인 유인책도 시급하지만 그 보다는 안정적이고 내실있는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매력있는' 투자환경을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권구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