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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불의 묵인한 모두가 세월호 공모자”
주교회의 발행 ‘경향잡지’ 기고문 “정의 억압당할 때 침묵 말아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사진) 주교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불의와 비리 관행을 묵인해 온 우리 모두가 공모자”라며 진실과 정의가 외면당할 때 침묵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강 주교는 천주교 주교회의가 발행하는 ‘경향잡지’ 6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죄 없는 아이들의 죽음은 2천년 전 베들레헴에서 일어난 무참한 학살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동박박사들이 예루살렘을 방문해 유대인의 임금으로 태어난 아기를 경배하러 왔다고 하자 유대의 헤롯왕과 이스라엘 권세가들이 두 살 이하의 남자아이들을 죽여버렸다는 성경 내용을 언급한 것이다.
강 주교는 “티 없는 젖먹이들이 권력자들의 탐욕 때문에 무참히 목숨을 빼앗긴 일은 불의가 세상을 지배하고 힘센 자가 약자를 농락하고 짓밟는 인간 역사의 오랜 부조리가 반복된 또 하나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진도 앞바다에서 무더기로 수장당한 아이들과 동승한 희생자들은 베들레헴의 젖먹이들처럼 아무 저항도 못하고 무력하게 유린당했다”면서 “관피아들과 공조 체제를 이루며 불의와 비리를 양산해 온 사업가들, 규제를 완화하며 이런 세력을 대대로 양산해 온 국가 지도층이 아이들을 바닷속으로 쓸어 넣었다”고 주장했다.
또 “그런 불의와 비리 관행과 일상화를 묵인하고 무관심하게 보아 넘겼던 언론과 시민 모두가 공모자인 셈”이라며 “불의를 보고도 침묵하는 것은 악을 수용하고 협조하는 죄”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사회의 관행이 되고 일상화된 불의와 비리의 고리를 끊기 위해 각자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 진실이 묵살당하고 정의가 억압당할 때 침묵과 외면으로 비켜가는 무책임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