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대책 왜 서두르나
정부가 고령화(高齡化)대책을 서두르는 근본적인 이유는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짐을 최대한 덜어줘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없으나 나라살림에서 나가야 할 돈의 무게는 태산과도 같다.
우선 69조원(정부 추정)에 달하는 미회수 공적자금 중 49조원을 재정에서 갚아야 하고 시장개방이 가속화됨에 따라 미국 등 해외의 불안요인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집행 규모도 급증할 전망이다.
국민연금, 노인부양비용등 갈수록 재정 압박
2020년 '고령사회' 진입땐 경제·사회적 파장커
충격 미리 줄이고 복지수요충족 '두토끼 잡기'
더욱이 낸 돈에 비해 많은 돈을 주는 구조로 짜여진 국민연금 지급이 오는 2008년부터 본격화될 경우 재정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게 뻔하다. 급증하는 노인들에 대한 의료비 지출, 장기요양 등 노인복지시설을 만드는 데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슬그머니 다가오는 이 위기에 대응을 늦출 경우 현(現)세대가 미필적 고의로 후대들의 삶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놨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경제성장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정부의 고령화대책은 지속 가능한 번영이 종착역이다.
◇위원회 설립의 의미
위원회가 국무총리 직속으로 설립된다는 것은 정부가 고령화가 가져올 충격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흔히 급속한 고령화는 시한폭탄으로 비유될 만큼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경우 국가경제 전체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선진국들은 40년 넘게 대응방안을 찾아왔으며 일본은 20년 전부터 준비해왔으나 해법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을 지경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고령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1월 말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337만명으로 총인구의 7.3%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인은 생계유지능력이 없어 자식들이나 사회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노령인구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고령인구비중을 보면 80년 3.9%, 85년 4.5%, 90년 5.2%, 2000년 7.3%로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고령인구 증가추세를 감안하면 2020년께 고령인구비중은 15%를 넘어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를 지나 '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무슨 일을 하나
그러나 정부의 고령화대책은 거의 없었던 게 사실이다. 대책이라야 예산을 조금 늘리거나 무의탁자 등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의 의료보조를 하는 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고령화가 몰고 올 저축률 감소, 노동인력 축소, 노인부양비 급증, 성장둔화, 실버산업의 팽창, 세대간 갈등, 자본시장의 변화 등 전반적인 충격에 대비한 정책은 전무하다.
고령사회대책위원회는 이런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게 된다. 그동안 노인복지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처럼 비춰졌던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ㆍ건설교통부ㆍ행정자치부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고령사회대책기본법은 이 위원회의 설립 근거를 마련하고 실질적인 의미의 고령대책들을 명시하게 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행 노인복지법은 81년 제정된 후 4차례나 개정됐으나 경로연금, 복지시설 설치운영 등 저소득층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복지시책에 중점을 두고 있어 다양한 복지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법은 현행 노인복지법과 고령자고용촉진법, 앞으로 제정될 노인요양보험법의 모법 성격을 갖게 된다.
◇문제는 없나
급속한 고령화는 재정수지를 악화시키고 거시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점에서 위원회는 급증하게 될 재정부담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다양해질 노인복지 수요를 맞춰야 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그래서 위원회에 쏠리는 관심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형식적인 위원회로 전락할 경우 되레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않다.
전문가들은 "고령사회대책위원회가 지금까지의 다른 위원회처럼 옥상옥 위원회로 그칠 경우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게 되고 오히려 고령화문제에 대한 논의 자체를 차단하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동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