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람 금융이 뜨고 있다. 유가상승에 따른 풍부한 자금풀을 가진 이슬람권의 수익창출 욕구와 자금조달 창구의 다변화를 꾀하는 국내사정이 맞아 떨어지면서 이슬람 자금유치 도입 필요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국내 기관들이 '수쿠크(sukuk)'라고 불리는 이슬람 채권의 발행을 내년부터 주관할 수 있게 했다. 그동안 이자지급을 금하는 율법에 기초한 이슬람 금융제도가 영ㆍ미에 뿌리를 둔 국내 법체계와 달라 이슬람 금융을 국내에서 이용할 수 없었다. 이제 역외조달 방식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긴 하지만 이슬람 금융자금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미 중동과 거래가 많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쿠크 발행이 추진되고 있고 한국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의 증권사들도 이를 주관하기 위해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준비하고 있다. 반대로 중동 등 이슬람 지역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지역은 오일머니를 통해 급성장하면서 새로운 투자처로서 각광을 받았지만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급속히 위축됐었다. 향후에는 이슬람이 자금공급지이자 투자대상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건설경기 붐을 이뤘던 이슬람지역이 금융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시작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슬람 지역과 경제, 금융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이율희 한국투자증권 이슬람금융팀장은 "이슬람 경제는 보수적인 선진국과 공격적인 이머징마켓 시장 양쪽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중간적인 시장"이라며 "투자유치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훌륭한 투자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수쿠크 발행 허용
새 자금조달 창구 부상 이슬람 금융을 통해 제2차 중동 붐이 일어날 수 있을 지 관심이다.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중동지역에 대해 기존의 건설 및 단순제조품 판매 위주의 방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금융시장에 적극 참여하면서 자금조달 창구이자 투자대상지로서 참여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문화와 경제구조가 다른 이슬람권과 이슬람 금융의 경우 인식전환과 함께 국내의 제도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이고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련법령 개정안 마련
역외금융 발행에 우선 적용
민간 국내발행도 혜택 기대
"경제성장 빨라 좋은 투자처" ◇자금조달시장 다변화의 기회=이슬람 금융이 중요한 외화조달창구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이슬람 국가의 풍부한 자금력 때문이다. 오일머니를 통해 벌어 들인 돈들이 투자처를 찾고 있는데 이를 선점하자는 이유에서다. 오일머니는 고유가에 따른 석유수출 증가와 중동국가의 저축성향 증대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오일머니 급증에 따라 이슬람금융 시장도 커지고 있다. 최근 가장 각광을 받은 이슬람 금융상품은 수쿠크(sukuk)라는 채권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000년 발행 시작 이후 2007년 325억달러까지 꾸준히 증가한 발행액은 2008년 금융위기와 유가하락으로 크게 둔화 146억 달러에 그쳤지만 올들어 다시 회복 9월까지 148억달러가 신규 발행되며 지난해 실적을 상회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및 유럽 경제와의 낮은 연관성,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나타난 상대적 안정성 등도 부각되고 있다. 이자수수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을 준수하기 위해 실물거래가 수반된 금융거래만을 허용하는 이슬람 금융은 무분별한 신용의 확대재생산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금융위기 진행과정에서 그 안정성이 부각된 것이다. 김정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슬람 자금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관련 제도의 조속한 개편과 함께 이슬람 지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네트워크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슬람 채권 발행 허용=이슬람 금융을 통해 자금을 수혈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슬람 채권을 '채권'으로 인정하지 않는 국내 법체계였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조세특레법 등 관련법령 개정안을 마련, 정기국회에 제출함으로써 내년부터는 법적인 뒷받침이 가능하게 됐다. . 이번 개정안에는 이슬람 채권(수쿠크)에 대해 일반 채권과 동등한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동일한 발행절차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일차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수쿠크인 이자라, 무라바하의 발행을 가능하게 한 후 다양한 상품까지 제도개선의 적용 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슬람 금융에서는 이자수수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을 준수하기 위해 채권발행시 이자가 아닌 실물거래를 이용해 왔다. 이 때문에 기존 국내법상에서는 수쿠크를 채권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불명확하고 외화표시채권 이자에 대한 면제혜택을 적용할 수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현재로는 국내 기관들이 이슬람지역에서 역외금융을 통해 발행하는 채권에만 개정안이 적용되지만 조만간 국내 발행부분에도 같은 혜택이 주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유제우 우리투자증권 글로벌파이낸스팀장은 "비이슬람이나 비이슬람지역에서 발행한 채권은 없다는 점에서 이슬람금융 시장은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며 "새로운 자금수혈 통로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슬람 지역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적어=이슬람 자금의 유치 노력에 비해 이슬람 지역에 대한 금융투자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내놓은 이슬람펀드 '이슬람증권투자신탁1(주식)'이 그나마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 축에 속한다. 지난해 5월 처음 설정된 한국투자 이슬람증권펀드는 인도네시아 25%, 말레이시아 25% 및 중동지역에 50%씩 투자하고 있는데 때마침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가하락에 따라 총 수익률이 높지는 않은 형편이다. 이슬람 지역이 투자대상으로 소홀했던 것은 미국ㆍ유럽등 선진국과 중국ㆍ인도등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별다른 특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구중심의 금융질서와 상이한 이슬람금융에 적응해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었다. 서정두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은 "이슬람 펀드 대상에는 중동과 함께 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 등으로, 브릭스를 대체하는 차기 N11국가(넥스트 11)의 대부분의 국가가 포함돼 있다"며 "자원개발을 통해 자국내투자를 증가시키면서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다는 점에서 투자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 이슬람 금융이란
이자수수 금지 대신 자산활용 따른 이익 배분 중동 등 이슬람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금융행위라고 해서 모두 '이슬람 금융'은 아니다. 이슬람 금융은 이슬람 율법을 준수하는 금융행위를 말한다. 최근 서구의 기업들의 대량 인수로 주목받은 중동국가의 국부펀드는 이슬람금융 방식은 아니다. 이슬람 지역에서도 이슬람 금융 방식과 비(非)이슬람 금융 방식이 공존함을 알 수 있다. 이슬람 금융은 과거부터 존재했다. 이들은 이자수수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을 지키며 소비금융 업무를 주로 했다. 1980년대 이후 유가상승으로 이슬람 국가들의 경제력이 커지고 또 이슬람 문화에 자각이 생기면서 이슬람 금융을 표방하는 은행등 금융기관에 자금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1980년대 말레이시아, 바레인 등지에서 자동차 및 주택 등 자산취득을 위한 금융으로 활용되기 시작했고 1990년 후반부터는 채권, 투자신탁,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생산금융 거래가 시작됐고 2000년대 이후 이슬람 채권시장이 정비되면서 이슬람 금융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즉 이슬람 금융은 경제성장으로 무슬림(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자각이생긴 가운데 서구중심의 금융방식과 다른, 이슬람 율법에 따른 금융방식을 도입하면서 발전했다. 서구중심의 금융방식과 가장 큰 차이는 이슬람 율법이 이자수수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이자를 부당이득으로 간주하는 율법에 따라 이자수수라는 개념대신에 자산활용에 따른 이익배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이번에 우리 정부가 허용하기로 한 이슬람금융의 채권에는 이자라와 무라바하가 있다. 이자라는 증권 인수대금으로 취득한 자산을 차입자에게 임대하고 그 임대수익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형태의 증권이며 무라바하는 증권 인수대금으로 취득한 자산을 차입자에게 전매하고 전매차익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형태의 증권이다. 이외에도 이슬람 금융으로 '타카풀'이라고 불리는 이슬람 보험, 이슬람 은행, 이슬람 주식펀드 여러 가지가 있다. 이슬람 금융을 전업으로 하는 이슬람금융회사가 있고 일반 회사도 이슬람금융사업부문을 두기도 한다. 금융방식에 '이슬람'이라는 말이 들어갈 경우는 이슬람 율법에 따른 거래를 말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