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에서 보듯 외환은행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대리에서 과장, 과장에서 차장 등 승진할 때마다 발탁 인사의 대상이 됐을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은행 내에서 기업금융 전문가로 손꼽힌다. 현대그룹 등 기업 여신의 핵심을 담당했고, 하나은행이 인수한 이후 전 임원이 사표를 낼 때 은행을 그만두고 캐피탈 대표를 맡았다.
화통한 성격으로 뚝심 있는 ‘상남자’란 평가도 나온다.
그가 기업마케팅부장으로 근무하던 지난 2006년 대주주였던 사모펀드 론스타의 ‘부당영업’ 지시에 불복한 것은 대표적인 일화다.
리처드 웨커 당시 외환은행장은 ‘프라이싱 가이드라인(Pricing Guideline)’을 수정해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올리는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김 내정자는 “금리를 올리면 중소기업 고객들이 은행을 떠나게 되고 그러면 은행의 가치가 훼손된다”며 이를 유보시킨 바 있다.
외환은행 내부 출신에다 리더십도 갖춘 탓에 이번 인사의 배경으로 ‘노조 달래기’를 지목하는 분석도 있다.
향후 2년간 하나금융의 우산 안으로 외환은행이 더욱 깊숙이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니만큼 김정태 회장이 외환은행 노조에 거부감이 덜한 인물로 선별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의 통합 압력에 조직을 추스르면서 유연하게 대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역으로 보면 그룹 편입 이후 첫 외환은행장을 맡았던 윤용로 행장이 은행장으로서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얘기가 된다. 경제관료 출신에서 금융인으로 성공적으로 변모한 윤 행장은 특히 론스타 시절에 약화된 영업력을 회복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행장 교체는 의외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 김정태 회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양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김 회장이 하나와 외환은행간 본격적인 통합 작업을 앞두고 조직에 변화를 줄 필요성이 크다는 판단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돌발사태가 직접적인 원인이기는 하지만,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합병 작업이 지지부진한 것도 이번 인사의 한 원인이 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윤 행장이 외환은행을 정상궤도에 성공적으로 올려놓는 만큼 다음 임무는 새 수장이 수행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판단을 김 회장이 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그룹의 한 관계자는 “통합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외부 인사인 윤 행장보다 내부 출신이 낫다는 평가 때문에 교체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촌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