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Story] 박시형 쌤앤파커스 대표

"누구나 공감할 콘텐츠 발굴, 베스트셀러 양산 비결이죠" <BR>강한 책임감이 지금의 날 만들어 <BR>출판계의 다음 화두는 '자아 탐구'<BR>연애 많이해야 세상 보는 눈 생겨




고등학교 3학년 때 은행에 취직해 졸업 후 낮에는 은행에서 일하고 밤에는 야간대를 다닌 이래 지난 30년간 박시형(48ㆍ사진) 쌤앤파커스 대표의 손에서 일이 떨어지는 날은 없었다. 연년생인 동생 세 명과 사업실패로 상심한 부모님, 함께 사는 조부모님까지 집안의 생계가 그에게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제가 별로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이 아니예요. 그냥 주어진 상황이 생기면 거기에 최선을 다하는 편이지요." 그렇게 일을 시작한 그는 은행원, 카페 주인, 방문판매원 등을 거쳐 지금은 연매출 100억원이 넘는 출판기업을 이끌고 있다. 박 대표는 현재 출판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인물이다. 지난해 말 쌤앤파커스가 출간한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에세이집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7개월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며 판매부수 100만부 돌파를 눈앞에 둔데다 이탈리아ㆍ일본ㆍ중국 등 해외 수출계약 소식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 최근의 일은 아니다. 그는 2006년 쌤앤파커스를 창업한 직후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기는 습관(2007)' '가슴 뛰는 삶(2008)' '세상에 너를 소리쳐(2009)'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2009)' '아프니까 청춘이다(2011)' 등 매년 베스트셀러를 쏟아냈고 창업 첫해 매출이 67억원에 달했다. 창립 3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매출을 달성, 전년 대비 두 배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직원 세 명과 시작한 출판사는 이제 33명의 직원이 꿈을 키우는 곳으로 변했고 그만큼 그의 책임감도 커졌다. "친구들이 저에게 '네가 온 지구를 다 먹여 살리려는 거냐'고 물어요. 제 생각에도 '과도한 책임감'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 같아요." 책임감은 박 대표를 설명하는 단어다. 처음에는 가족 생계에 대한 책임, 다음에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 그리고 지금은 자기 자신이 한 약속에 대한 책임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주어진 일은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이에요. 내가 만졌으면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의 최대한을 끌어내야겠다고 생각하지요. " 출판계에서 보면 어느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최고경영자(CEO)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는 20여년간 이 분야에서 묵묵히 일해온 베테랑이다. 대학 졸업 후 방문판매원으로 일하다가 찾게 된 출판사에 뿌리를 내리고 결국 직접 출판사까지 차리게 된 것. 그가 출판사에 뿌리를 내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출판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이미 인생의 진로를 결정했어요. 집안이 어려워지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도 영향을 끼쳤지요. 물론 그때는 글을 쓰는 사람이나 책을 만드는 사람이나 비슷하다고 착각하기는 했지만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지요." 책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은 이유는 분명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전국의 각종 백일장에서 장원을 휩쓰는 등 글 잘 쓰는 아이라는 이름이 늘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독서량도 이미 중학교 때 상당 부분 충족됐다.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봐서 구립도서관까지 찾아갈 정도였다. 고전 명작소설뿐 아니라 니체와 같은 사상전집이나 성경ㆍ불경 등 종교 관련 책까지 닥치는 대로 읽었다. "어린 나이에 너무 깊이 있는 책을 읽어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염세적인 성향이 생겼어요. 결혼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그때 했고요." '이기는 습관' '세상에 너를 소리쳐' 등 그가 출간한 책들만 보면 세상에서 가장 낙관적일 것 같은데 의외라고 묻자 그는 "원래 극과 극은 통한다"고 덤덤하게 답했다. "사람들이 저를 일벌레나 성취지향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원래 '덧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최고가 돼야겠다거나 유명해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 그는 이처럼 어떤 목표 없이 묵묵히 일한 것이 오히려 내재된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키웠다고 말했다. 목표를 세우면 그 목표에 도달하는 순간 만족해버리지만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더 큰 지점까지 스스로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창업한 지 불과 4~5년 만에 출판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그는 이 같은 성공을 예상했을까. "어느 정도 자신은 있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에 있던 회사에서 이미 몇 년간 계속 베스트셀러를 만들었고 이후 대기업 출판사에서 임프린트를 만들었을 때도 매출 1위를 해서 독립해도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생각보다 훨씬 빨리 잘되고 있지만 독립하면 망하지는 않겠다고 예상한 셈이지요." 사실 그가 사업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야간대에 다니던 시절 돈을 벌겠다고 차린 카페 '단식하는 광대'는 2년 반밖에 운영하지 않았지만 월 순이익이 300만원에 달했다. 그 후 입사한 출판사에서 받은 월급이 23만원이었으니 당시 얼마나 큰 돈을 포기하고 출판 일에 뛰어들었는지 추측이 가능하다. "제가 망가지면 동생들을 돌보는 것도 의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돈만 보면 사업을 계속해야 했지만 저도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쌤앤파커스가 '잘 나가는' 출판사 대열에 들어섰지만 몇 가지 원칙을 고집스레 지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에게는 '출간하지 않는 책의 지침'이 있는데 ▦단편적인 인생을 살라고 말하거나 ▦단기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 책들이 대상이다. 엄청난 철학서는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보편타당하고 크게 볼 때 '정도(正道)'라고 할 만한 콘텐츠만 펴낸다는 것. 정도를 걸으면서도 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어떻게 찾아내느냐는 물음에 그는 "스스로를 들여다보면 된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꺼냈다. "사람은 그리 다르지 않거든요. 나이나 학력, 경제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전체적인 에너지는 비슷하지요. '나'를 들여다본다는 건 현재의 나만이 아니라 과거의 나, 미래의 나를 고민한다는 뜻인데 그렇게 하면 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가 나와요." 과거 힘들었던 자신의 청춘을 생각하고 기획한 김 교수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듣고 보니 우연이 아니다. 김 교수의 책이 대표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그는 사실 교수들의 책보다는 자신의 삶에서, 자신만의 분야에서 무언가를 성취한 사람의 글이 투박해도 더 좋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내다보는 출판계의 다음 화두는 뭘까. 그는 보다 본질적인 '자아탐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간 소외가 심화되면서 예전에 철학자나 명상가들이 고뇌하던 것들이 이제 일반대중에게 넘어가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할 것 같다는 말이다. 이를 잘 포장해서 내놓는 게 출판인들의 과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등 화제를 일으켰던 기획과 제목은 모두 그가 결정한 것이다. 이렇게 '맛있는 포장'을 할 수 있는 내공이 궁금했다. 그는 뜻밖에도 "연애를 많이 하라"고 말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온전한 우주를 보려면 연애를 해야지요. 저는 제가 아닌 세 사람의 우주만 알면 세상이 어느 정도 보인다고 생각해요. " 세 사람의 우주를 봤느냐고 묻자 그는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박시형 대표는
▦1963년 전북 전주 ▦1981년 건국대 독어독문학과 ▦1986~2005년 ㈜한언 편집 총괄이사 ▦2005~2006년 웅진윙스 대표 ▦2006년~ ㈜쌤앤파커스 대표이사 CEO
창립 5년새 베스트셀러 5권 '업계 10위'

■ 쌤앤파커스는 쌤앤파커스는 본래 삼성물산에서 분사한 '삼테크'의 자회사가 만든 미디어사업부에서 투자한 문화콘텐츠 회사였다. 사명이 '쌤앤파커스'인 것도 '삼테크'와 박시형 대표의 이름에서 각각 따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쌤앤파커스가 오히려 그 회사를 인수했다. 이름을 그대로 둔 것은 '쌤'이라는 이름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사회현상과 맞물려 화제가 되면서 롱런하니 돋보이는 거지만 그 전에 냈던 책들도 다 베스트셀러였다"고 강변한다. 출범 5년 만에 쌤앤파커스에서는 다섯 권의 베스트셀러가 나왔다. 매출성장도 가파르다. 창립 3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더니 올해는 이미 상반기에 지난해 매출을 돌파했다. 박 대표는 이 같은 성공비결에 대해 '적중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자평한다. 출판은 마케팅과 인건비가 가장 많이 드는 사업이지만 초반에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데 비해 5만부를 넘어가면 자생적으로 팔린다. 5,000부 팔리는 책 100권과 5만부 팔리는 책 10권을 내놓는 데 주력해야 하는 이유다. 덕분에 쌤앤파커스의 위치는 출범 5년 만에 업계 10위권으로 성큼 올라섰다. 웅진ㆍ민음사 등이 선두를 다투는 단행본시장에서 5위권 밖은 아직 선두권과 경쟁할 만한 수준이 못되지만 그래도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몸집이 커진 쌤앤파커스가 지향하는 방향은 단순한 출판업이 아니다. 박 대표는 "쌤앤파커스를 대한민국 넘버원 콘텐츠 비즈니스 회사로 키우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출판뿐 아니라 교육사업, 연극ㆍ영화 등 출판과 함께 다른 문화콘텐츠를 포괄적으로 하고 싶다는 설명이다. 그는 출판업이 한 상품으로 한 회사를 오래 먹여 살리는 업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올해 잘나가도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 예전에는 브랜드 인지도로 가는 회사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그런 회사들이 다 힘들어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결국 앞으로 급변하는 콘텐츠시장에서 얼마나 발 빠르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업계의 향방이 갈릴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박 대표는 "우리 시야를 책에만 놓는 것과 다른 것도 찾아보는 것 사이에는 큰 행보의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문어발식으로 이것저것 하겠다는 게 아니라 '종이책'이라는 시장에서 벗어나 콘텐츠라는 시장으로 더 넓게 시야를 확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출판업을 본업으로 하되 다른 분야의 사업까지 병행하면서 시너지를 일으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대표는 "콘텐츠 사업을 통해 깨어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며 "허장성세가 아니라 실질적인 삶에 도움이 되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직원들 삶의 좌표 담은 '사명 선언서' 눈길

쌤앤파커스 사무실 입구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에 직원들의 사진과 짧은 글귀가 들어 있는 액자가 빼곡히 걸려 있다. 자신이 이 일을 통해 이루고 싶은 '사명'과 그것을 완수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비전'을 담은 '사명선언서'다. "'사명선언서'는 무언가를 성취해야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왜 일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담은 '존재의 이유'예요. 자신이 인류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는 게 중요하거든요." 비장한 '사명'이 문 앞에 걸려 있지만 회사 분위기는 어느 곳보다 화기애애하다고 자신한다. 신입사원이 대표와 맞담배를 피워도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자유롭게 대표와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했다고 말한다. "제가 보기에 저는 참 '경계'가 없는 사람이에요. 직원을 대하는 방식도, 일하는 방법에도 경계가 없어요. 남들이 이것을 '파격'이라고 부르기는 하더군요. " 이 때문에 때로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이해되지 않는 상황도 벌어진다. 가령 직원들끼리 소소하게 모인 술자리에 집에 있는 대표를 불러내기도 한다는 것. 너무 격의 없이 지내면 직원들이 술자리마저 반드시 함께 해야 하는 '일의 연장'으로 보지 않겠냐는 질문에 "아, 여기 있어 보시면 아는데 정말 그렇지 않다"면서 웃는다. 박 대표가 이렇게 파격을 원하는 것은 이것이 회사 내 '소통'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토론하고 회의할 때 자신의 의사를 잘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신입사원부터 대표까지 잘 어울려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일년에 한번 정도는 전직원이 다 함께 해외여행도 가요. 원래 목표치를 정해놓고 성과가 나오면 가는데 목표달성을 못해도 가요. 달성하면 좋은 거고 안 돼도 격려 차원에서 가는 거지요." 박 대표는 자신이 CEO를 오래 맡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젊고 유능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 전에 시스템을 잘 마련해주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선도적이고 가치 있는 콘텐츠를 널리 공급해 편견과 무지가 없는, 깨어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는 박 대표의 사명선언서를 읽어보면 아직 그가 해야 할 몫이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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