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해외에선… 1억弗짜리 다리 공사 수주에도 벌떼처럼 몰려

[위기의 건설업계]<BR>중동 정정불안 등으로 발주 감소 속 국내경기 침체따라 "그래도 해외로" <BR>대형 플랜트 등 출혈·덤핑수주 예사… 실적 악화 부메랑으로 돌아올수도



국내 건설업체들이 주택경기 침체로 해외 건설 수주에 박차를 가하면서 해외 건설시장에서 국내 업체 간 제 살 깎아먹기식 과당경쟁이 치열하게 전개 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플랜트 공사현장.

"동남아시아ㆍ중동 등 한정된 해외시장에서 똑같은 상품을 갖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탈출구가 없는 상황입니다." (건설 관련 학계 전문가)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국내 건설회사들이 너도나도 해외사업에 진출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수주경쟁이 치열합니다." (국내 대형 건설업체 해외사업팀 실무자) 국내 건설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해외사업으로 눈을 돌리거나 해외사업을 강화하면서 해외 건설시장에서 국내 업체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소규모 해외 공사 수주전(戰)에 국내 대형 업체까지 뛰어드는 사례도 나타났다. 올해 들어 해외 주력시장의 '파이'가 지난해보다 줄어든데다 대부분의 국내 건설업체들이 침체된 국내 건설경기의 돌파구로 해외 수주에 공을 들이며 '과열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건설업체들의 이 같은 해외 수주 각축전이 결국 '제 살 깎기식 저가 수주'등으로 이어져 향후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14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국내 건설업체들의 건설 수주금액은 총 36조9,77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의 64조3,774억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에 가깝다. 특히 건설경기 연착륙,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이 발표된 5월에도 국내 건설업체들의 민간 부문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6% 급감하는 등 시름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국내 건설업체들의 실적 버팀목 역할을 했던 해외시장 수주도 지난해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추세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초 이후 이달 12일까지 해외 수주금액은 249억달러, 수주계약 건수는 255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수주금액은 63%, 계약 건수는 52건 줄었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과 같은 초대형 공사 수주가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중동 정정불안 등으로 해외 수주시장의 파이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따라 해외 건설수주시장에서 국내 업체 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비교적 소규모 공사에 대형 건설업체들도 대거 관심을 보이면서 과열경쟁을 하는 모습이다. 실제 1억달러(약 1,100억원) 상당의 정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자금으로 진행되는 베트남 하노이 '빈틴' 교량공사 수주전에는 국내 대형 건설회사들이 포함된 15개 컨소시엄이 신청해 경쟁을 펼쳤다. 이달 말 최종 입찰을 앞두고 현재 GS, 현대산업개발ㆍ한신공영, 대림산업ㆍ극동건설, 경남기업ㆍ삼부토건, 금호건설ㆍ삼환기업 등 5개 컨소시엄이 입찰자격을 얻은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건설업체들은 컨소시엄 구성을 앞두고 기존의 파트너를 중간에 바꾸는 등 신경전이 치열했다. 최종 입찰자격이 주어진 업체의 한 실무자는 "베트남의 경우 기존에 나가 있는 업체들뿐 아니라 신규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회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국내 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중동 플랜트 등 대규모 해외 수주전에는 경쟁이 더욱 치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 추산한 적정 입찰가격보다 20~30% 낮은 금액을 제시해 '덤핑 수주'에 나서는 사례는 흔한 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업체들끼리 '제 살 깎기'식 경쟁을 하는 사례도 파다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예를 들어 A업체가 최저가 업체로 낙찰된 후에도 B업체에서 발주업체를 찾아가 "A업체보다 더 낮은 조건에 공사를 하겠다"며 협상하는 식이다. 해외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ㆍGS건설ㆍSK건설ㆍ삼성엔지니어링 등 해외 수주에 적극적인 회사 실무자를 만나보면 어느 곳이라고 할 것 없이 뒤에서 더 낮은 카드를 제시하는 등의 '제 살 깎기'식 경쟁의 사례를 들을 수 있다"며 "실제 낙찰 업체가 바뀐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낙찰 업체가 결정된 이후 가격이 더 낮아진 사례는 알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해외 발주회사들이 국내업체들 간의 경쟁을 부추기며 입찰가격을 낮추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건설업체들의 '제 살 깎기'식 과당경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저가 수주는 수주한 해외공사가 향후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내 건설업체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에 국내 건설업체들의 수주실적이 굉장히 좋았지만 '저가 수주'에 대한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최근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하반기에 공공공사,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국내 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려워 업체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나갈 수 있는 시장이 넓지 않아 결과적으로 국내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해양부나 해외건설협회에서도 국내 업체 간 과당경쟁을 막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정보기획실장은 "국내 업체들끼리의 과당경쟁이 맞지만 이를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정을 하면 해외에서 자칫 '담합'으로 몰릴 수 있다"며 "CEO 간담회, 부서장 간담회 등을 통해 최저가로 낙찰된 업체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등의 수를 부리는 등의 불공정 경쟁이 없도록 하자는 안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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