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치마 두르고, 못박고, 집 짓고, 물건도 팔고….’
국내 기업들의 나눔경영 확대는 “경기불황으로 이웃들이 어려운 만큼 기업들이 적극 앞장서야 한다”는 최고경영자(CEO)들의 독려가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들 CEO들은 뒤에서 지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눔경영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직접 구슬땀을 흘리며 몸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매서운 추위의 겨울 문턱에 막 들어선 지난해 12월 8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의 주요 CEO들은 서울 영등포와 남대문 일대의 쪽방촌을 찾아 겨울 옷과 목도리 등 방한용품을 나눠주면서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날 방문에는 김순택 삼성SDI 사장, 배정충 삼성생명 사장 등 24명의 CEO들이 참여했다.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직접 앞치마까지 두르고 노숙자들에게 점심을 배식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11월말 서울 청량리역 부근에 있는 ‘밥퍼운동 본부’에 직접 찾아가 한시간여 동안 밥과 반찬을 퍼서 나눠준 뒤 자신도 같은 반찬으로 식사를 했다.
신헌철 SK(주) 사장을 비롯한 SK그룹의 계열사 CEO들도 이웃과 사랑을 나누기 위해 지난해 12월 서울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바자행사를 펼쳤다. 이들은 계열사 임직원들이 기증한 의류와 잡화, 액세서리, 휴대전화, 소형가전 등의 물품을 팔았고 수익금 전액을 불우아동을 위한 난방비로 지원했다. 신헌철 사장은 같은 달 영등포 문래동을 찾아 불우이웃에게 전달할 김장김치를 직접 담그기도 했다. 이에 앞서 최태원 SK회장은 무더위가 한창인 지난해 8월, ‘사랑의 집 짓기’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 땀 흘리며 못을 박고 석고보드를 자르기도 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 로비에 마련된 ‘아름다운 가게’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중고 PC와 의류를 팔았고,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도 앞치마를 두르고 ‘아름다운 가게’의 점원(?)으로 나서 이웃을 도왔다. 이구택 회장은 이날 가정용 저주파 치료기 등 13가지의 물품을 직접 기증했다.
현대차 그룹도 지난해 말 ‘사회봉사 주간’ 등을 정해 계열사 경영진들이 나서 불우이웃에게 라면과 밥통, 내의 등 생필품을 일일이 전달하며 봉사활동을 펼쳤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인이나 CEO들이 단순한 기부 차원을 넘어 자원봉사 등으로 나눔경영의 영역을 넓히는 추세”라며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봉사활동을 이끌어 내는 계기로도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