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공식협상을 앞두고 통상교섭본부가 2일 미국측 협상 초안을 공개했다.
당초 예상대로 미국측은 서비스 분야의 개방에 초점을 두어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내국민 대우의 원칙 아래 새로운 서비스의 허용을 요청했다. 또한 미국은 자국 원산지 상품에 대한 조정관세 적용 배제와 우리가 실시하고 있는 관세환급제도의 제한을 요구했다. 특히 섬유 분야에서는 엄격한 원산지 규정의 적용을 강조해 섬유가 주종인 개성공단 물품의 한국산 인정도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우리측이 금융서비스 분야는 개방하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고, 개성공단 물품에 대해 ‘역외가공’ 방식의 원산지 특례 도입을 희망하는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또한 우리측은 농산물 특별세이프가드의 도입은 물론 지나친 무역 저해가 없다면 긴급수입제한물량(TRQ) 제도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쉽게 타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란 어디까지나 상대가 있는 만큼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득을 보거나 목표를 모두 관철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무엇은 되고 무엇은 안 된다는 식으로 선을 그어놓고 협상을 시작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합의할 내용이 합의 시점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언급한 우리측 대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말처럼 협상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은 필요하다. 구체적인 목표들 사이의 우선순위나 전략적 양보 카드 등을 숙고해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제 FTA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전세계에는 이미 193개의 무역협정이 체결되었다. 한ㆍ미 FTA 협상의 특수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개방을 통해 능동적으로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이룰 수 있도록 기본 방향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협상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것을 버리지 못하고 도리어 큰 것을 잃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