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세뱃돈은 펀드통장으로

윤태순 <자산운용협회장>

이제 며칠 후면 설이다. 오랜만에 친척일가가 모여 아랫사람은 웃어른에게 세배를 하고 웃어른은 아랫사람에게 덕담과 함께 세뱃돈을 주는 것이 대표적인 설 풍속이다. 원래 전통적인 설 풍속에서는 아랫사람이 세배하면 웃어른은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줬다고 한다. 세뱃돈을 주는 풍습은 일제시대 이후에 퍼졌다고 하던데 아마도 복(福)을 구체화한 형태로 돈이 선호되면서 세뱃돈을 주는 문화가 자리잡은 게 아닌가 싶다. 세뱃돈을 주는 풍습이 보편화하면서 설날은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는 큰 수입을 잡는(?) 명절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대개의 어린이들은 평상시 갖고 싶었던 장난감 등을 사거나 용돈으로 들고 다니다 세뱃돈을 곧 써버리게 마련이다. 올 설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세뱃돈으로 덕담의 글귀를 담은 통장을 만들어서 주면 어떨까 싶다. 그것도 적금통장이나 적립식 펀드 통장처럼 아이들이 꾸준히 매달 용돈을 넣을 수 있는 통장을 만들어 주면 어린이들에게도 좋은 금융교육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 대부분의 은행이나 증권사 지점에 가면 월 1만원에서부터 5만원, 10만원 정도의 적은 금액을 넣고도 매월 주식을 사서 모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적립식 펀드에 쉽게 가입할 수 있다. 펀드통장을 만들면 3개월마다 펀드 운용사는 운용보고서를 통장주 앞으로 보내주는데 적립식 펀드 통장을 가진 어린이들이 이 운용보고서를 보고 자신의 돈으로 우리나라 기업이 발행한 주식이나 채권을 사고 그 투자에 따른 수익을 돌려 받는다는 공부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경제교육은 없을 것이다. 또 이렇게 만들어준 통장이 10년, 20년간 모이고 불어나서 자녀의 대학입학 준비라던가 결혼자금에 종자돈이 될 수 있다면 세뱃돈에서 시작된 통장의 의미가 더욱 깊어지지 않을까. 이미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기대수명은 앞으로 점점 더 길어질 것이다. 이것은 우리 자녀세대가 준비해야 할 노후시기가 우리세대가 준비해야 하는 기간보다도 더 길고 험난할 것임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자녀세대에게 잡은 고기를 주기 보다는 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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