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와 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또 다른 리스크 요인이 부상했다. 이번에는 열도 침몰이다. 11일 일본 동북부에서 발생한 강진은 국내 경제에 불확실성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피해 상황 파악과 함께 일본 지진이 국제 금융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와 24시간 모니터링체제에 돌입한 기획재정부는 “유럽과 뉴욕 시장의 흐름과 환율 움직임 등이 중요하다"며 "주말쯤이면 일본 내 피해가 대략 파악돼 구체적인 대책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2일 오후 1시 임종룡 재정부 1차관 주재로 경제부처 당국자들이 모이는 긴급 경제상황점검회의를 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일본 강진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비상종합상황반은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로 운영되며 상황이 악화되면 리스크점검회의를 소집, 금융시장 불안 완화를 위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일본 강진에 따른 국내 경제의 영향은 긍정적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엔화 약세로 대일수입액이 줄어들며 대일무역적자가 다소 해소될 수 있고 일부 제품에 있어서는 반사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지진의 여파로 엔화 약세 흐름이 빨라지고 장기화 될 경우에는 우리 수출 제품들의 가격 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동북부의 지진여파가 도쿄까지 확대될 경우 반도체, LCD 등은 반사이익도 기대된다”며 “하지만 일본 지진이 글로벌 경제의 악재로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에는 플러스와 마이너스 요인이 동시에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지진 피해가 확대되고 장기화 될 경우 글로벌 경제는 또 다른 악재를 맞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지 산업연구원(KIEP) 일본팀 전문연구원은 “중동 사태 등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지진은 아시아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환시장은 일본지진에 당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날도 지진소식에 외환시장은 한때 크게 출렁거렸으나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일본 지진보다는 중동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는지가 환율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진으로 인한 피해규모가 예상보다 클 경우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며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에 장기적인 악재가 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엔화는 달러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일본의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과대평가된 경향이 있다”며 “이번 지진으로 안전자산이라는 평판이 무너질 경우 엔화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진출 금융업체들의 피해 여부도 주목된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삼성생명 등 일본 현지에 진출한 주요 은행ㆍ보험ㆍ증권사들은 이번 지진ㆍ쓰나미로 인한 이렇다 할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는 다소 손실이 예상된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손해액은 파악 중이지만 최대 손실액을 가정해도 50억원 미만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코리안리가 일본에서 인수한 보험계약 중 이번 사고로 지급해야 할 최대 보험금이 50억원으로 제한된다는 얘기다. 이는 보상해야 할 보험금이 50억원을 초과할 경우 해외 재보험사와의 계약에 따라 초과분을 재재보험사가 지급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진보험은 사고 후 곧바로 요율이 인상되는 만큼 재보험사의 손실은 조기에 회복될 것으로 코리안리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