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총총한 별 벗 삼아 낭만 즐기는 '바다 위 파라다이스'

프린세스호 타고 떠나는 꿈의여행 크루즈투어

호텔 같은 11만톤급 초호화 유람선

무료 뷔페·신선한 초밥… 입이 즐겁고

밤엔 공연·영화 보며 여유로움 만끽

밤마다 영화를 상영하는 크루즈 수영장 옆의 노천극장.

크루즈 내의 일식당.

11만5,875톤 규모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저녁식사가 막 시작된 순간 묘한 기분에 창밖을 내다봤다. 전혀 움직일 것 같지 않던 11만5,000톤짜리 초대형 여객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미끄러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밖으로 부산의 내항이 보였다. 웬만한 거리에서는 한눈에 들어오지 않던 거대한 배 옆으로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작은(?) 화물선과 상선들이 스쳐 지나갔다. 혹한의 러시아에서 태양이 작렬하는 아프리카까지 웬만한 여행은 대충 섭렵했지만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누비는 크루즈 여행은 처음이었다. 그런저런 이유로 이미 감수성에 굳은살이 박혀버린 기자도 창밖의 푸른 바다로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미 항공모함 니미츠보다 큰 배=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엄청나게 컸다.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10만4,000톤의 미국 항공모함 니미츠호보다 1만1,000톤이 더 무거우니 그 규모는 미루어 짐작할 만했다.


승선을 위해 오후2시 부산에 도착해 국제터미널로 들어가니 배의 선수가 한눈에 들어왔다. 사진을 찍을까 망설이다가 '측면의 전경(全景)을 찍을 기회가 있겠지' 하는 생각에 카메라를 내렸다.

하지만 그 결정을 두고두고 후회하는 데 나흘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나흘 동안 배를 타고 여행을 하는 동안 전경을 찍으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배가 워낙 큰 까닭에 아주 먼 거리가 아니면 좀체 카메라 파인더 안에 배의 온전한 모습이 들어오지 않았다.

어쨌거나 이름까지 럭셔리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승선한 후 짐을 풀고 주최 측 직원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나니 오후4시. 승선한 후 바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비상시 대피요령 설명이었다. 구명조끼 착용서부터 비상시 선실 호수에 따라 관광객들을 분류하고 집합장소로 한데 모이게 하는 교육이 진행됐다. 국내 선사들도 배에 탑승한 승객들을 대상으로 이런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세계적인 크루즈 회사인 프린세스크루즈는 17척의 현대적인 크루즈 선박을 보유한 회사답게 부산에서 탑승한 한국 승객 300명을 따로 소집한 후 한국인 승무원을 통해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안전교육에는 선장이 직접 나와 승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전세계 산해진미가 가득=배 안에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스케줄이 준비돼 있다. 이를 위한 편의시설은 5개의 식당과 극장·나이트클럽·면세점·라운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프린세스크루즈의 한국인 직원 김연경 팀장은 "선내에는 일식당, 이탈리아 레스토랑, 뷔페식당 등 모두 5개 식당이 운영되고 있다"며 "이외에도 수영장 옆에는 피자 코너와 아이스크림 바 등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 식당은 기본적으로 모두 무료지만 이탈리아 레스토랑 등 일부 식당은 25달러의 팁을 받는 대신 음식은 무제한 먹을 수 있다. 반면 일식당은 초밥 두 개에 5달러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일식당 주방장은 "선사는 일식에 관한 한 자부심과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특히 모든 식자재는 본사의 검수를 받은 후에 공급 받아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만들고 있는 생선초밥 재료는 미국 본사에서 안전 및 위생 검사를 마친 후 부산으로 공수한 것을 공급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 밖에 뷔페식당과 피자 코너, 아이스크림 바는 모두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커피와 주스를 제외한 콜라나 주류는 5달러 안팎을 치르고 마셔야 한다.

◇움직이는 바다의 도시=지난 1977년부터 1986년까지 9년간 미국에서 '사랑의 유람선(원작 The Love Boat)'이라는 이름으로 방영됐던 미국 ABC방송국의 TV시트콤은 바로 프린세스크루즈사(社)를 배경으로 촬영된 영화다. 크루즈 업계에서는 그만큼 정평이 나 있는 업체 중 하나다.

그런 만큼 배 안에는 다양한 위락시설들이 준비돼 있다. 극장에서는 매일 밤 8시와 9시30분 두 차례에 걸쳐 공연이 진행되고 여객선의 갑판에서는 밤마다 영화를 상영한다. 영화를 보면서 무료로 제공되는 피자와 팝콘을 먹을 수도 있다.

밤무대 체질의 승객이라면 나이트클럽을 찾아도 좋다.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라면 6층 로비에 의자에 걸터앉아 저녁마다 벌어지는 가수와 연주자들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이 밖에 스파와 피트니스, 카지노, 수영장 4개, 월풀스파 8개, 면세점, 9홀 퍼팅 코스, 도서관, 아트갤러리도 구비돼 있어 선내에서 무료함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또 이따금씩 선내에 있는 상점들은 상품을 쌓아놓고 세일을 실시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조그만 소도시인 셈이다. 이 같은 이벤트와 편의시설을 만끽하려면 매일 저녁 객실로 배달되는 선내 신문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날씨, 일출·일몰 시간, 온도와 정찬시 드레스코드 등이 게재돼 있어 휴대하고 다니면서 그날 일정을 체크하면 도움이 된다.

김 팀장은 이와 관련해 "프린세스크루즈는 매년 평균 170만명의 승객들을 모객, 운항하고 있다"며 "이들을 상대로 최단 4일에서 최장 111일짜리 여행상품까지 판매하고 있다"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승객 중에는 500여일 동안 크루즈 여행을 한 사람이 있을 정도다. 실제로 프린세스크루즈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은 360개 여행지와 150여개의 일정을 아우르고 있다. 한글 홈페이지(http://www.princesscruises.co.kr), 한국지사 (02)318-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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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선은 하나의 작은 도시… 안전 항해가 최우선이죠"

파브리치오 마레스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선장

"내 나이 마흔둘이에요. 그런데 귀밑에 흰머리를 좀 보세요. 승객과 배의 안전에 대해 고민하느라고 생긴 거에요." 승객 2,670명과 승무원 1,100명을 태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를 총괄하는 파브리치오 마레스카(42ㆍ사진) 선장이 너스레를 떨었다. 열여덟부터 배를 탔다는 그는 일곱 단계에 이르는 계급을 거쳐 선장 자리에 올랐다. 유쾌한 대화 중에도 날이 선 그의 흰색 제복에는 기강과 규율의 냄새가 묻어났다. 다음은 마레스카 선장과의 일문일답.

-많지 않은 나이에도 배를 탄 기간이 오래됐다고 들었다.

△집안이 모두 뱃사람이다. 17살에 학교를 졸업하고 25년간 줄곧 배를 탔다.

-이렇게 배를 오래 타면 힘들지 않나.

△4개월 배를 타고 2개월 쉰다. 애들이 방학을 하면 가족들이 배로 와서 함께 지낸다.

-선장으로서 가장 신경 쓰는 점은 무엇인가.

△승객의 안전이다. 그리고 날씨다. 날씨는 예측이 가능해졌지만 인력으로는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두 명의 사관과 두 명의 항해사 등 여러 명의 스태프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그들을 지휘하는 게 내 임무다. 이 배는 작은 도시나 다름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장도 필요하고 판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런 일을 슬기롭게 잘해야 한다.

-부산항에서 출발했는데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

△부산은 현대적인 시설과 인프라가 잘 구축된 항구였다.

기자가 "부산에서 후쿠오카까지 오는데 하룻밤이면 충분했는데 나가사키에서 요코하마까지는 왜 이틀이나 걸리느냐"고 묻자 그는 선실 조종판 위에 모니터로 기자를 안내해 지도를 보여주며 "부산에서 후쿠오카 오는 거리보다 나가사키에서 요코하마까지가 훨씬 멀다"며 거리를 비교해주기도 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마레스카 선장 외에 사관과 항해사들도 대부분 이탈리아 출신이었다. 안전한 항해를 위한 의사소통을 염두에 둔 것 같았다.



/우현석객원기자 사진제공=프린세스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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