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리터널·경주·대전·대구역등 지연요인/건교부·철도공단선 공법바꿔 공기단축 검토경부고속철도는 결국 오는 2006년 4월에나 완전 개통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계획보다 3년11개월 늦어지는 것이다. 시험선 구간의 첫 삽을 뜬게 지난 92년 6월이었으니 14년만이다.
사업비도 최초의 계획보다 3배 가량 늘어 17조3천8백여억원이 들어갈 것 같다. 지난 93년 1차 계획수정시의 사업비 10조7천억원에 비하면 62%가 늘어난 것이다. 졸속시공으로 늘어난 부담을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떠안기는 꼴이다.
물론 이같은 사업비와 완공시기는 정부의 최종 안은 아니다. 그러나 전문 기관인 교통개발연구원이 건설교통부의 용역을 받아 내놓은 결과인 만큼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원이 지적한 공기지연 요인은 상리터널 노선 변경, 경주노선 재선정, 대전·대구역 지하화, 서울·남서울역사 및 차량기지 건설 차질 등이다.
폐광 발견으로 지난해 8월 공사가 중단된 상리터널은 98년 11월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노선이 바뀌어 2000년 12월에야 공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2년 1개월이 지연되는 셈이다.
대전·대구역을 지하로 건설키로 한 것도 공기를 지연시킨다. 당초 2002년 5월 완공 예정이었으나 3년11개월 정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주노선도 변경돼 당초 2000년 8월에서 2004년 3월로 3년7개월이 완공일이 지연될 것이라고 연구원은 전망했다.
그러나 건교부와 고속철도공단은 연구원이 제시한 공기를 좀 더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대전·대구역 등 어려운 공사 구간에 단축공법을 적용하고 화신5터널 등 장대터널의 궤도구조를 바꿀 경우 공기를 1년 정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각종 공법의 효율적인 적용을 통해 공기를 최대한 단축하겠다는 얘기다.
특히 공단은 차량도입과 관련, 위약금 지불과 차량보관 문제 등을 고려해 대전∼천안간 시험선 구간의 공기를 1년 정도 줄이기로 했다. 이럴 경우 시험선 구간의 완공일은 당초 2001년 4월에서 2000년 5월로 11개월 단축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방법으로 일부 구간을 기존 철도를 전철화해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건교부는 서울∼대구 구간은 고속철도로 2003년 임시 개통하고 대구∼부산 구간은 기존선을 전철화해 2006년 개통하는 방안을 놓고 타당성을 분석하고 있다.
연구원은 경제성 측면에서는 서울∼대전을 고속철도로, 대전 이남은 기존선을 전철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건교부는 그러나 고속철도 건설의 근본 취지와 맞지 않고 기존 철도 및 도로와의 경쟁력 측면에서도 나을 게 없다는 점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구원의 보고에서 눈에 띄는 것은 재원조달 방안과 요금이다.
건교부는 현재의 자금조달 방식으로는 공단의 부실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연구원의 지적에 따라 고속철 요금을 항공요금의 90% 선으로 잡는 대신 정부의 재정지원 비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당초 사업비 조달은 정부지원이 45%, 공단 조달이 55%였으나 정부지원을 70%까지 늘리기로 하고 관계 부처와 협의중이다. 그러나 정부지원을 확대하건, 고속철 승객이 낼 요금을 올리건 고속철 사업비 증액의 부담은 모두 국민들이 안을 수밖에 없다.
건교부는 연구원의 보고를 토대로 사업비 및 공기에 대한 최종 안을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는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건교부의 결정 과정에서 사업비와 공기는 연구원의 보고와는 다소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 관계자는 『사업비는 17조3천억∼17조7천억원, 완공일은 2005년 하반기∼2006년 4월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성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