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9월 24일] 종부세, 합리적 개편을

도입 당시부터 ‘부자에 대한 징벌세’ 논란을 불러일으킨 종부세가 4년 만에 전면 개편되는 것이다. 종부세 부과 대상을 줄이고 세율을 3분의1 수준으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도 예상돼 실제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부과기준을 지금의 6억원 초과 주택에서 9억원 초과 주택으로 높이고 과표에 따라 1~3%로 부과하는 세율을 0.5~1%로 인하하게 된다. 또 매년 일정하게 인상하는 과표 적용률을 80%로 동결하고 세부담 상한도 전년 대비 3배에서 1.5배로 완화된다. 그리고 장기보유 은퇴자에 대한 특별감면제도의 도입과 사업용 부동산에 대한 감면도 들어 있다. 이에 대해 여당 일각에서는 종부세 개편을 심도 있게 검토한 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또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당장 ‘강남 부자만을 위한 감세’라며 발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종부세는 태생적으로 특정인을 선별적으로 과세대상으로 선정하는 것이어서 소수에 대한 차별적 조세부과 제도로 조세의 보편성에 어긋나는 세금이라는 지적이 있었으며 조세정의의 실현을 위한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견해가 많았다. 이번 종부세 개편안에는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에 대한 감면이 들어 있다. 당초 정부 측에서는 기업의 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종부세 폐지안을 마련했으나 지방자치단체의 세입 부족을 이유로 당정협의 과정에서 폐지안에 대해 제동이 걸려 일정부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 건설회사 등이 기업활동을 위해 보유한 나대지의 세율(1~4%)을 절반으로 내리고 업무용 부동산에 대해 낮은 세율(1% 미만)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이런 조치는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경기를 진작시켜 나라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에서는 이번 종부세 감면에 따른 지자체 세수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앞으로 공정시장가액을 도입한다. 공정시장가액은 대략 공시가격의 80% 수준에서 정부가 3~5년 단위로 주기적으로 집값을 조정하는 것으로 이를 재산세와 종부세의 과표로 삼게 된다. 이렇게 되면 종부세는 변동이 없으나 올 공시지가의 55%를 적용하는 재산세 과표가 급격히 인상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결국 보유세의 다른 측면인 재산세가 과도하게 인상돼 ‘부자에 대한 징벌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보유세 문제가 또다시 징벌세 논란에 휩싸이지 않고 조세정의가 바르게 실현되도록 합리적 수준에서 공정시장가액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종부세 완화가 얼어붙은 주택거래시장에 의미 있는 정책변수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같이 집을 사면 오른다는 보장이 없다는 심리가 시장에 팽배돼 있고 미국의 금융시장 위기나 국내 경기침체가 주택거래 부진의 주요 원인이라는 인식이 경제주체에 자리잡고 있는데다 최근의 주택시장은 대출규제 등 다른 요인들이 주택가격이나 거래에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종부세 개편안이 조세정의의 실현과 조세의 형평성 제고만이 목적이 아니라 침체된 주택경기 정상화를 통한 경기회복의 목적까지 고려한 것이라면 대출규제 완화 등의 다른 대책이 병행돼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종부세 개편안에서 아쉬운 점은 세대별 합산에 대한 개선책이 빠졌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종부세 위헌소송에 대한 헌법재판소 심리 결과를 지켜본 후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18일 헌법재판소에서 종부세의 위헌 여부 공개변론이 열려 찬반양론의 열띤 토론이 있었다. 정부에서는 세대별 합산과세는 조세회피 방지와 공평한 세부담을 통한 소득의 재분배를 위한 것으로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대별 합산은 혼인한 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일 수 있고 부부별산제를 규정한 우리나라 민법과도 배치되므로 차제에 손질이 필요한 부분이다. 어쨌든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겸허한 수용자세와 이번 국회에서 종부세의 합리적 입법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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