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끊이지 않는 法·檢 '영장갈등'

“(법원은) 예수시대의 ‘바리새인’ 같다.” 최근 법원의 잇따른 영장기각에 검찰의 불만이 또다시 폭발했다. 지난해 5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수사 때 법원이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네 차례 기각하면서 촉발된 영장갈등이 재연되는 조짐이다. 발단은 이렇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사건과 늑장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지난주 경찰, 한화 관계자 33명에 대한 통신조회 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상호간 통화내역만 허가해주고 나머지는 모두 기각했다. 법원의 기각 이유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것. “A라는 사람에 대해 통신조회를 허가할 경우 A와 통화한 모든 사람이 드러나고 애꿎은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검찰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범죄자들이 본인 휴대폰만 쓰는 게 아니라 ‘대포폰’(타인의 명의로 개설된 핸드폰), 또는 타인의 휴대폰을 빌려 쓰는 경우도 흔해, 상호간 통화내역 조사로는 수사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불만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법원의 ‘묻지마 기각’에 대해 “(법원이) 수사현실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보복폭행 사건의 경우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수사가 시작되고 있는데, (법원의 잦은 영장기각 때문에) 기초사실 조사에도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번 통신조회 영장기각과 관련 “법원이 예수시대의 바리새교인이나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격한 표현을 감추지 않았다. 바리새교인은 성경에서 바뀐 시대의 상황은 염두에 두지 않고 교조적으로 원리를 해석, 적용하려는 집단으로 그려지고 있다. 법원은 검찰의 이 같은 신경질적인 반응에 “신경 안 쓴다. 하던 대로 하겠다”며 오히려 영장기각 요건을 엄격하게 하겠다는 반응이다. 법원과 검찰간 영장논란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양측 모두의 주장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내부 사정을 모르는 제3자가 볼 때는 ‘주기적인’ 소모적 싸움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이유없이 영장을 기각한다”(검찰) “과거 수사방식을 못 벗어나고 있다”(법원)며 서로를 자극할 게 아니라 스스로 ‘바리새인’이 돼 있는 것은 아닌지 먼저 반성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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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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