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은 항상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고 통합하고 혁신했습니다. 지금 세종대왕이 대통령이었다면 구제역을 저렇게 두진 않았을 것입니다. 분열의 시대니까 차기 대선은 대통합이 관건이며 복지ㆍ평화 등도 주요 이슈가 될 것입니다." 손학규(63ㆍ사진) 민주당 대표는 14일 저녁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손 대표는 지난해 12월8일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처리 이후 '민주' '희망'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전국 민심대장정을 하고 있다. 손 대표는 이날도 국립의료원에서 시민토론마당을 여는 등 연일 강행군을 해서인지 인터뷰 내내 극도의 피로감을 드러내면서도 현안과 철학에 대해 소신을 적극 피력했다. -지난 2007년에 이어 대장정을 다시 하고 있다. 굉장히 많은 분들을 만나고 느낀 점도 많으실 것 같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국민 생활 속에서 정치가 나오고 민주주의도 경제도 복지도 나온다. 꾸준히 그 길로 가면 된다. 오늘 만난 분은 유방암에 걸리신 팔순 노인이신데 부양능력이 없는 자녀가 둘 있어 수급자가 안 된다고 호소하더라. 또 한 분은 밥이나 김치를 친척한테 얻어먹으며 노모를 모시는데 5,000만원짜리 허름한 집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자가 안 되더라. 얼마 전 32세 시나리오 작가가 굶어 죽었다. 이렇게 복지체계가 허술하다. -그럼에도 대장정이 많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지금은 바닥을 긴다는 게 목표다. -지지율은 왜 정체됐다고 보나.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내가 잘못해서 그런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것도 많이 나오는 거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대표로서 당에 대한 신뢰를 쌓는 거다. 특히 당의 기본적 지지자에게 민주당이 야당 역할을 한다는 믿음을 주는 게 1차적 목표다. -'3+3' 복지를 강조하는데 한나라당은 물론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도 선거용이라고 혹평했는데. ▦정치권에선 선거용이라 공격하겠지. 보편적 복지는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이다. 누구도 큰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대통령 자신도 무상보육은 이미 실시하고 있다고 주장하지 않았나. 그리고 복지가 경제에서 선순환 역할을 한다.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유효수요를 창조하니까. 투자 대비 고용 성과가 제일 높은 게 서비스업인데 그 중에서도 사회 서비스업이다. 무상급식 갖고 얘기가 많은데 웃기는 얘기다. 대통령은 부잣집 애들에게 왜 공짜 밥을 주느냐 하는데 그럼 부잣집 아이에게 왜 초ㆍ중학교 월사금을 안 받나. -복지 통해 유효수요 창출은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거다. 가령 집에서 놀기만 할 사람을 교육시켜 간병인으로 일하게 해 한 달에 100만원이든 80만원이든 줄 수 있으면 큰 돈 아닌가. 그 돈은 은행으로 안 들어가고 바로 다시 시장으로 들어간다. -복지 재원 대책은. ▦우선 국가 예산의 낭비를 줄이고 부자감세 철회하고 비과세 감면 줄이면 최소한 2, 3년은 지금 재정으로 가능하다. 그 결과 복지 수요가 커지면 세금이 늘 수밖에 없다. 또 경제가 발전하면 세금은 더 많이 들어온다. 그걸 차근히 해나가겠다는 거다. 복지 한다면서 세금 뜯어간다는 두려움을 줘선 안 된다. -민생현장을 늘 다니는데 2월 임시국회 목표는. ▦당장 구제역만 해도 얼마나 나라가 뒤숭숭한가. 제대로 대책 세우지도 못하니까, 야당은 뭐가 허술한지 챙기는 게 우선이다. 거기서 대책이 나온다. 물가ㆍ전세난 등을 다룰 민생특위도 만들고 의제는 구제역, 물가, 전세대란, 국가부채, 평화, 신용카드 대책 등 일곱 가지를 내놨다. -영수회담 결렬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는. ▦저 사람들이 생각이 없고 진정성이 없는 거지. 마지 못해 여론의 압력 있으니 한 번 만날까 한 거지. 깊이 있는 대화를 위해 협조를 구하지 않고 밥만 먹고 끝내려는 거다. 국회 열면 영수회담해주겠다는 식으로. 난 영수회담 통해 대통령이 날치기에 대해 유감 표명하고 그걸 통해 등원하면 대통령에게 이런 정치력으로 국회 풀었다는 선물을 주려고 했던 거다. 어른 대접하겠다는데 밥상을 걷어차니 밥상을 걷는 게지.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모르는 사람이다. 그래서 민주주의 좀 배우라고 했다. -MB에 대한 평가가 독하다. ▦실망한 것 아닌가. 요즘 청문회 기준으로 하면 대통령 후보나 되겠나. 경제 잘한다 하니 눈감아주고 덮은 거지. 그런데 경제를 살리긴커녕 망쳤다. 서민 생활을 도탄에 빠뜨린다. -대표는 어떤 컬러로 자리매김하려 하나. 확실한 정체성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는데. ▦내가 아니라 국민들이 보겠지. 지금은 사회ㆍ국가ㆍ남북통합이 중요한데 분열의 시대니까 대통합이 중요하다. -지금은 통합의 리더십을 보이기 위한 과정인가. ▦그렇다. 그게 나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 민주당의 자세를 보여주는 거다. -멘토로 삼는 지도자는. ▦세종대왕이다. 세종대왕 리더십이 항상 서민,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고 통합, 혁신했다. 한글 창제도 백성에 대한 깊은 사랑 없인 불가능했다. 지금 세종대왕이 대통령이라면 구제역을 저렇게 두지 않았을 거다. 대통령이 농민, 축산업에 관심이 없다. -4ㆍ27 재보선 전략은. ▦잘 될 거다. 야권단일화, 연대도 이뤄질 거고. 민심 이반도 있고 해서. 우린 최선 다해 좋은 후보를 내세울 거다. 야권 단일화도 하고 최선을 다하는 거지. -내년 총선, 대선의 야권 연대 틀은. ▦지금 그런 틀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렇게 연대, 통합이 쉽게 이뤄지는 게 아니다. -민주당이 '좌클릭' 이동했다는 평가가 많다. ▦좌클릭이라 할 것도 없다. 대표 경선 때 민주ㆍ개혁ㆍ진보세력이 손잡고 중도개혁 안고 가는 삼합을 얘기했다. 지금 중간 세력이 상당 부분 진보와 복지정책에 관심 있다. 그것 없이 그냥 진보하고만 손잡는다면 야당은 할 수 있어도 집권은 못 하지. -야권단일화하면 대선에서 이길 것으로 보나. ▦그럼. 당연하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만만찮지만 시대 흐름이 그렇다. -마지막으로 남북관계 전망은. ▦의지가 없을 뿐 아니라 밀어붙이고 압박하면 (북한이) 손 들고 나올 것이라는 크게 잘못된 인식을 하는데 그렇게 안 될 거다. 중국이 손 들고 나오는 거 가만 두겠나. 중국이 코앞의 북한 땅을 남한에, 미국에 내주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