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뉴스 포커스]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신청… 총수 경영권 유지 꼼수 논란

채권단 워크아웃 방침 불구 DIP제도 악용 의혹 불거져<br>개인투자자 또 피해 불가피… 대주주 도덕적해이 거센 비판<br>감독 당국까지 뒤통수 맞아… 동양 "투자자 보호 최선"


동양그룹이 채권단의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 방침에도 불구하고 총수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우량회사인 동양시멘트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법정관리시 기존 경영주에게 경영권을 유지하도록 하는 현행 '관리인유지(DIP)' 제도를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동양시멘트의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했던 개미투자자들은 또다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돼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는 1일 각각 춘천지방법원과 서울지방법원에 경영 정상화를 위한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춘천법원에는 파산부도 없다.

당장 금융계에서는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동양시멘트는 그룹 내에서 사업역량과 신용도가 가장 우수한 계열사이고 국내 2위의 시멘트 생산능력을 갖춘 업체다. 부채비율도 196%로 다른 계열사보다 낮고 회사채도 내년 3월 이후에 3,000억원가량의 만기가 돌아와 유동성에 여유가 있다.

게다가 동양시멘트는 금융권에 대출이 있어 워크아웃이나 채권단 자율협약이 가능하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동양시멘트가 채권단공동관리(자율협약) 등을 신청하면 받아들이겠다고 한 상태다. 동양시멘트는 산업은행(2,200억원)ㆍ우리은행(640억원)ㆍ농협(390억원)ㆍ국민은행(20억원) 등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이 때문에 동양 측이 경영권 유지를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DIP제도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존 경영주의 경영권을 유지하도록 하는 제도로 지난 2006년 4월부터 시행돼왔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사례에서 보듯 경영권 유지를 위해 경영정상화 노력을 외면한 채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실제 이날 오전만 해도 금융감독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동양시멘트는 우량하기 때문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감독당국까지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특히 현재현 회장의 실질적인 가족기업으로 볼 수 있는 동양네트웍스의 법정관리행도 논란이 되고 있다. 동양네트웍스는 최근 그룹 창업주의 미망인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현 회장의 장모)이 1,500억원 규모의 오리온 주식을 증여해 재무상황이 크게 좋아졌다.


동양시멘트의 한 관계자는 "보유자산의 신속한 매각 등을 통한 투자자 보호와 기업의 조속한 안정에 가장 적합한 방안을 고민한 끝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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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재무상황이 괜찮았던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서 애꿎은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법정관리에서는 금융권 여신과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시장성 유가증권도 모두 탕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양그룹 위기가 회사채와 CP로 불거졌는데 주요 계열사들이 모두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개인투자자들만 고스란히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법정관리 기업 입장에선 부채를 감면받아 부실을 제거해 조기에 정상화할 수 있지만 채권자 입장에선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며 "더구나 회사채나 CP 투자자는 한 푼도 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법원이 현 회장이 법적으로 경영권을 계속 맡는 것이 문제가 없느냐를 판단하기까지는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 회장은 구조조정을 제때 하지 못해 시장 혼란을 가져왔고 부실 계열사의 회사채와 CP를 판매한 데 대한 책임과 불완전판매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동양 계열의 회사채 등 유가증권 투자자는 4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의 법정관리 신청은 다분히 의도된 행동이라는 시각이 많다. 법조인 출신인 현 회장이 관리인 유지제도를 이용해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구조조정을 지휘하겠다는 계산을 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또 동양시멘트는 동양파워(삼척화력발전소) 지분을 55% 보유한 지배구조상 중요한 위치에 있고 동양네트웍스는 실질적인 현 회장의 가족기업으로 간주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현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할 목적으로 통합도산법을 악용해 법정관리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불완전판매와 구조조정 지연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현 회장에 대해 법원이 경영권 유지 결정을 내려줄지 의문"이라고 했다.

동양그룹 측은 이에 대해 "법원에 회생 계획안을 낼 때 개인투자자 손실부분을 만회해줄 방안을 일차적으로 넣을 계획"이라며 "투자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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