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우리가 만나고 싶은 진짜 지식은 …

본 듯한 글 재생산되고 클릭수로 대변되는 인터넷 세상

■ 지식의 미래, 데이비드 와인버거 지음, 리더스북 펴냄



데이터-정보-지혜 경계 사라진 지 오래

검증받지 못한 지식 두서없이 떠돌아


네트워크 제대로 활용하는 교육 필요

우리는 꽤 오랜 기간 TV를 '바보상자'라고, '비디오가 라디오스타를 없앤다(Video kill the radio star)'고 걱정해왔지만, 사실상 15년 남짓한 기간에 헤게모니를 장악한 인터넷의 위력에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2012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과 월드테크놀로지어워드에서 나란히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와인버거는 서문에서부터 우려를 드러낸다. 그는 2004년 하워드 딘 민주당 대선주자, 2008년 존 에드워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의 인터넷 자문역으로 활동한 전략가이기도 하다.


"… 구글은 우리의 기억력을 저하시키고 멍청하게 만든다. 인터넷은 열정적인 혹은 광신적인 아마추어들을 중심에 세우고 전문가들을 몰아낸다. 인터넷은 짐승 같은 인간들의 부상, 표절주의자들의 승리, 문화의 종말을 불러왔다. 그리고 진실은 오로지 올라간 손가락 숫자로, 지혜는 클릭 횟수로, 지식은 가장 재미있게 믿을 수 있는 것에 따라 판단하는 멍한 표정의 자위 행위자들이 거주하는 '어둠의 시대'의 발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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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지식이란 데이터-정보-지식-지혜라는 소위 'DIKW 피라미드'를 지켜왔다. 지식을 거르는 필터가 엄연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글로 적는다고 다 출판되지 않게 하는 '편집', 출간돼도 모든 도서관·서점에 전시되지 않게 하는 '큐레이터',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을 가려주는 '전문가'라는 필터였다.

하지만 인터넷은 이 같은 필터들을 모두 무장 해제시켜 버렸다. 책의 원제인 'Too big to know'처럼 크기, 분량, 자격, 저장의 한계가 없는 공간의 등장은 정보의 홍수를 불러왔고, 많은 사람은 오히려 전보다 더 의사결정에 혼란을 느끼게 됐다.

더 큰 문제는 막대한 정보의 분량이 아닌, 필요한 정보의 부족. '소셜미디어 전도사' 클레이 서키의 말처럼 '중요한 건 정보 과부하가 아니다. 여과의 실패'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너무 많은데다, 웹상의 어떤 생각도 어디선가는 반박되거나 의심받고 있다. 검증과 권위를 인정받지 못한 지식이 넘쳐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이용자의 어처구니없는 '다양성'까지 인정하기는 어렵고, 맥락에 따라 자기 정당화로만 메아리치는 '다양성'은 더더욱 그렇다. 심지어 낯도 모르지만 의견이 맞는 이들로만 구성된 집단 '반향실'의 최대 피해자는 민주주의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소속 집단이나 이해에 매몰되고, 심지어 집단의 지배적 입장에 맞춰 자기 시각을 조정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하나의 생각이 집단적 광기를 타고 확산되는 '사이버폭포 현상'에 이르면 더욱 그렇다.

물론 저자가 인터넷 속 '지식의 미래'를 어둡게만 보지는 않는다. 예컨대 인터넷은 그것이 가진 방대함 자체만으로도 전문지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영국 가디언지가 2만 명이 함께 70만 건의 비용청구 사례를 검토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어 성공했듯 '크라우드소싱'된 전문지식의 창조가 가능하다.

와인버거는 이런 지식 네트워크를 위기가 아닌 축복으로 만들기 위해 △접근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지식과 네트워크 △수요자와 지식을 연결하는 고리, 즉 메타데이터 및 시스템 △링크로 대표되는 지식의 연결성 △인터넷 이전 지식의 수용, 즉 디지털화 △모든 대중이 어려움 없이 인터넷을 활용하게 하는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네트워크화된 세계에서 위키피디아 같은 협력적 창조물이 우리가 지식에 대한 진실에 가깝게 다가서게 해주고 있다고 믿는다. 1만8,000원.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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