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해온 공공부문 개혁이 참여 정부들어 속속 무산되고 있다. 전력과 가스, 철도 등 공기업 민영화작업이 사실상 중단된 데 이어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통합이 원점으로 돌아가고 공적자금이 투입된 조흥은행 매각작업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은 30일 “주공과 토공의 통합은 달라진 여건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주공과 토공을 별도 육성하는 게 나은 지 통합하는 게 더 좋은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새 정부 들어 주공은 임대주택 50만호 건설, 토공은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업무수요가 생겼으며 국회 용역결과도 두 기관의 통합보다는 각각 전문성을 살려 독립해 가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나왔다”며 “따로 가는 게 낫다면 그렇게 조기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가 주공ㆍ토공 통합에 이의를 제시한 적은 있었지만 정부가 통합원칙을 재고한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지난 98년8월 공기업경영혁신계획의 일환으로 통합 원칙이 정해졌던 주공과 토공은 현재와 같은 경영형태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노조의 반발로 철도 민영화가 무산되고 전력과 가스 등 네트워크 관련 공기업의 민영화도 보류된 상태에서 주공과 토공의 통합마저 원점으로 돌아가 국민의 정부부터 추진해 온 공공부문 개혁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공적자금이 투입된 조흥은행 매각작업도 우선협상대상자인 신한금융지주회사와 정부가 가격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데다 조흥은행 노조의 강력한 반발로 협상이 장기화되거나 무산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공공부문의 개혁이 무산되고 있는 데는 노동계의 주장이 큰 몫을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노동계가 노사협상 과정에서 정부를 등에 업고 회사측을 압박할 경우 경제활성화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