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중견 이코노미스트 좌담] "7%성장 가능하지만 핵심은 성장의 질"

"시장·수요 창출하는 규제완화 뒤따라야"



"7%성장 가능하지만 핵심은 성장의 질" [중견 이코노미스트 좌담] "시장·수요 창출하는 규제완화 뒤따라야" 정리=이종배기자 ljb@sed.co.kr 관련기사 • "7%성장 실현 위해선 민관관계 재설정해야" • "7%성장 가능하지만 핵심은 성장의 질" • "현행 부동산 세제 부분 손질 불가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부터 점검해보자. 대표적 공약이 7% 성장인데 일부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실현 가능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상무=가능하다고 본다. 투자를 촉진해서 자본스톡을 올리면 된다. 그리고 노동증가율이 높지 않은데 여성ㆍ외국인 인력을 활용하면 된다. 총요소 생산성도 올리면 된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 경제 잠재력으로 본다면 가능한 일이다. 최근 5년간 우리 경제는 평균 4.4%,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성장을 해왔다. 잠재성장률 수준만 올려도 성장률을 1~2% 올리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홍 상무 지적대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한두 가지의 정책으로 달성될 쉬운 목표는 아니다. 또 7% 성장 못지않게 내용도 중요하다. 7% 성장해도 물가가 안정되고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하는 등 대내외 균형에 문제가 없는 그런 성장이어야 한다. 또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그런 성장, 경제호황이 돼야 한다. 7% 성장이 나온 배경도 과학적 근거보다는 4~5% 성장만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경제의 모습이 아니라는 인식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당위성과 가능성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당위성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 첫째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등의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10년 동안 7% 성장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경제여건 변화로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데 남은 기간이 10년이다. 그 기간 동안에 한국은 빠른 성장을 해야 한다. 셋째는 북한인데 남북한이 고루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남한이 마련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라도 7% 성장을 해야 한다. 다음은 가능성인데 저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경제성장에는 자본, 인적자본, 과학기술, 국민의 열정 등의 요소가 필요한데 한국은 이를 다 갖추고 있다고 본다. - 7% 성장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홍 상무=무엇보다 투자 촉진을 들 수 있다. 투자는 자본을 축적시켜 그 자체가 성장률을 올리고 경제 전반의 능력을 향상시킨다. 지난 몇 년간 내수가 상당히 부진했는데 알고 보면 투자가 정체된 것이 크게 작용했다. 문제는 투자를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가라는 점이다. 오해 중 하나가 제조업에서 투자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인데 투자를 안하고 있는 게 아니라 고유업종에는 투자를 하고 있다. 문제는 수출로 번 돈이 서비스 분야로 가지 않는 것이다. 제조업은 사실 포화상태다. 결국 서비스업이나 내수 쪽으로 투자를 열어주는 게 필요하고, 그것이 규제완화라고 생각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지적한다면. ▦홍 상무=서비스업의 문호개방을 들 수 있다. 문제는 문호개방을 외자에 대해서는 하고 국내 자본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금산분리다. 금산분리는 폐쇄경제에서 나온 논리인데 개방경제하에서는 다른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 금융은 단순히 인프라(혈액)뿐 아니라 그 자체가 산업이 됐다.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그런 면에서 완화가 필요하다. 현재 허용되지 않는 영리 의료법인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서비스업 개방은 해외 자본뿐 아니라 국내 자본에 대한 개방을 의미한다. ▦오 상무=과거 고도성장 배경을 보면 수출 기업에 자금ㆍ인력이 집중되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협력기업들이 있고, 이 기업들이 수출을 하고 고용도 창출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제조업ㆍ대기업의 역할은 필요하겠지만 제조업 위주의 성장을 하게 되면 결국 고용창출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차원에서 흔히 말하는 중핵기업과 외국기업의 위치가 중요해진다. 또 우리 경제는 민간 주도에 의해 성장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 아니다. 이런 면에서 새 정부는 정부가 직접 관여할 부분과 민간에 맡겨야 할 부분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 새 정부는 규제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고려할 것은 규제의 질이다.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과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그런 질 높은 규제 개혁이 요구된다. ▦유 상무=(한국경제는) 현재 두 가지 함정에 빠져 있다. 첫째는 정체성 함정이고, 둘째는 중진국 함정이다. 만약 저성장을 하게 된 원인이 여기에 있다면 7%대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덫에서 빠져나가는 게 과제가 아닌가 싶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새로운 성장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성장 주도세력이 누가 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 주도로 계속 갈 것인지, 민간기업으로 갈 것인지, 이것에 대한 명확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또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작업도 해야 한다. 덧붙여 중소기업 투자 부진은 더욱 심각하다. 이를 활성화시키는 많은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 7% 성장 공약 달성을 위해 추가로 충고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오 상무=개방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한국경제가 갈수록 개방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여러 가지 위험을 관리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내부적으로 체질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부의 위기가 전염되지 않도록 특히 금융 부문에서의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 상무=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그간 우리 국가 브랜드 가치가 많이 낮아졌다. 국가 브랜드 제고를 위해서는 법ㆍ질서 등에 의해 사회가 운영되는 법치주의 확립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노사관계가 상당히 중요하다. 다음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 국가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지 않으면 7% 성장도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주제를 이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대운하로 옮겨보자. 대운하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홍 상무=환경ㆍ기술적 문제 등은 더 검토를 해야 하고 국민적 합의를 모아야 될 부분이다. 단 대운하에서 의미를 찾는다면 우리는 지난 몇 년간 내수가 살아나지 않았다. 특히 수출은 사상 최고지만 내수는 그렇지 않았다.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민간에서는 내수가 스스로 창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 내수를 촉진할 주체는 정부라는 결론이 나온다. 효과는 검토해봐야 하지만 (대운하는) 내수를 촉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큰 사업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운하가 내수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가. 일부에서는 인플레 압력도 내놓고 있는데. ▦홍 상무=건설업은 체감경기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다. (건설ㆍ토목을 통한 경기부양에 부정적 인식이 있지만) 한번 진지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서비스업이든 건설이든 첨단산업이든 크게 신경 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 상무=대운하 건설시 문제가 되는 것이 인플레 압력이다. 하지만 (인플레 압력은) 대운하를 만들어서 전반적으로 물류 생산성이 높아져 경제 효율성이 상승된다면 (인플레 압력이) 해소되는 것 아니냐. -법인세 감면 등 세제 개편도 새 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다. 세금 감면 등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유 상무=법인세 감면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한국 법인세의) 실효세율이나 세계적 추세를 본다면 법인세 감면ㆍ인하가 맞다. 기업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면 법인세 부담을 조금 낮춰주는 것도 좋다고 본다. ▦오 상무=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보면 세금 부담률은 한국이 낮다.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단 세 부담이 늘면서 정부가 복지 위주의 경제운용을 할 것이냐, 아니면 성장을 먼저 하고 세 부담이 뒤따라서 늘어나는 것을 택하느냐, 이것은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 이번 대선에서 나타났듯 국민들에게는 성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먼저 성장을 하고 세 부담이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모델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홍 상무=먼저 우리의 목표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안전망 확충도 중요하지만 결국 성장이 정체돼 있다면 성장을 도와주는 세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결국 이는 감세를 통해 기업ㆍ가계의 주머니 여력을 확보해주는 것이다. 국민부담률은 높지 않지만 상당히 빨리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돈은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 성장을 목표로 한다면 감세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세제 문제는 이런 각도(성장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난해 한국경제가 하반기 들어 침체되면서 5%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정부 역시 경제 운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경제를 전망해본다면. ▦유 상무=외부적으로는 서브프라임 부실, 고유가에다 내부적으로는 가계부채발 경제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대외 악재들이 꼭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서브프라임이 수습국면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오고, 오히려 글로벌 과잉이 해소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유가도 산업구조가 많이 변해 세계경제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다. 환율 절상 역시 올 연말에는 원화 환율이 다른 통화에 비해 강세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고 이런 추세가 올해도 계속될 듯하다. 문제는 내수인데 새 정부 정책이 (내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오 상무=세계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가 중요하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미국경제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왔던 글로벌 불균형 문제 해소로 본다면 미국경제는 저성장이 생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만 좋아질 것으로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다행스러운 것은 수출보다 내수에 의한 성장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단 지난해보다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복병이다. 결국 내수경기의 빠른 회복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소득향상 등을 통해 가계의 구매력이 높아져야 한다. ▦홍 상무=현재 세계경제가 호황의 끝물에 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올해 우리 수출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출에서 더 이상 기대를 못한다면 성장동력을 어디에서 찾느냐라는 문제가 나온다. 조심스럽게 예측해보면 수출 호황 속 저성장은 거꾸로 우리의 성장동력이 내수 쪽으로 바뀌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몇 년간 내수가 침체되면서 과잉 투자, 과잉 소비, 과잉 정부지출도 없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소비나 투자나 정부 지출 등에서 충분한 여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새 정부에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은. ▦유 상무=경제의 선진화를 이뤄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선진화의 개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7% 성장이 선진화가 아니다. 양적인 성장 못지않게 질적인 성장도 함께 이루는 것이 선진화이다. 또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투자를 통해 성장을 하는 것은 맞지만 고용 없는 성장은 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의 방향성을 잘 설정해야 한다. 덧붙여 정부가 아무리 투자 활성화 정책을 해도 결국은 경제 마인드가 살아나야 한다는 점을 들고 싶다. -경제 마인드를 살리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유 상무=경제 마인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뿐 아니라 근로의욕, 특히 직업의식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일자리가 없다고 하는데 중소기업은 구직난에 허덕이고 있다. 좋은 일자리 개념 자체가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받고 편히 일하는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라고 인식돼 있다. 자기 능력을 발휘하는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라는 인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홍 상무=경제 마인드 지적이 나와서 그런데 경제교육이 안돼 있다고 본다. 그렇다 보니 잘못된 여론이나 국민적 욕구가 나오더라도 정부가 들어줄 수밖에 없고 경제가 왜곡되는 측면이 있다. 대표적인 게 고용 문제다. 좋은 일자리로 가려는 것은 당연한 욕구지만 (좋은 일자리는) 한정돼 있다. 좋은 일자리를 원하는 모두에게 줄 수는 없다. 구직자들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다음은 중소기업 문제다. 우리가 보통 중소기업을 따질 때 규모로 본다. 하지만 중소기업 문제의 본질은 규모가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규모 위주의 현행 중소기업 정책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오 상무=새 정부가 해야 될 일이 많다고 본다. 문제는 한정된 재원으로 교육개혁 등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효율화가 필요한데 한 예로 공공 부문의 효율화를 들 수 있다. 정권 교체를 계기로 비효율적인 부분으로 지목돼온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낭비를 줄이고, 그것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활용하는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앞장서 효율화를 꾀한다면 민간 부분도 경쟁력을 더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는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입력시간 : 2008/01/0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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