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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익재 대인기술] 피하기 어려운 강력한 쾌락


“조그맣게 한식당 하는데 3일 동안 500만원 날렸어. 다 빌린 돈인데…. 아가씨는 내 옆에 오지 마, 중독되는 거 옮으면 큰일 나.” “누가 이기나 기계랑 싸우는 거거든. 이게 도박 중독이야. 또 맨 날 오락실에서 오라고 휴대폰 문자가 와.” “이거 여자들은 싫어해요. 미용실 가보세요, 만날 이 얘기거든. 남자들이 수금해도 안 갖고 오고, 집에도 안 들어오고 이거만 하는 거야. 우리 사장님도 그래요.” “온종일 오락실에만 앉아 있는 거야, 그때부터 망한 거지. 채 1년이 안 걸렸어. 처음엔 오락실 다니다가 이젠 또 피시방으로 다니데. 한 달에 300~400만원 넘게 잃더라고요.” 부부가 함께 15년 동안 운영하던 봉제공장을 접었다. 남편이 성인오락실에 드나든 지 딱 1년 만이다. 고교생 딸을 둔 이들은 현재 이혼까지 생각하고 있다. 2006년 7월 당시 전국에서 성행하고 있던 성인오락실은 1만 5,000곳이었다. 바다이야기, 황금성과 함께 온라인 포커, 바둑이, 맞고 등의 성인 도박 게임이 성행했다. 당시는 상품권을 주고받았는데 상품권 누적발행액은 연간 26조 7천억 원에 달했다. 상품권은 몇 차례 재사용되므로 실제 유통액은 연간 30조원이 넘었다.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회의를 열어 경품용 상품권 제도 폐지, 회선 망 차단, 불법 간판 단속, 세무조사, 검찰·경찰의 강력하고도 지속적 단속 등 ‘사행성 게임장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했다. 게임물등급위원회는 1명이 여러 대의 게임기를 사용하거나 게임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행위금지, 게임머니의 현금화 금지 등을 포함한 규칙 등을 개정 했다. 정부는 사행성 게임장 및 PC방 단속을 위해 범정부적 합동 단속 체제를 운영, 집중단속을 벌여 조직폭력의 개입은 물론 불법행위 처벌 및 불법수익 환수, 탈루세금 추징, 행정처분 등을 강화했다. 그렇다면 2년이 지난 지금 도박은 사라졌을까? 사람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는 도박에 약간의 기량을 발휘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도박이라는 우연한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통제의 착각'에 빠지곤 한다. 돈을 잃으면 되찾으려는 보상심리가 생긴다. 도박은 스릴이 있고 인간 고유의 놀이본능, 사행심을 자극하기에 예나 지금이나 세계 각처에서 행해지고 있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이기에 온라인 도박이 성행한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병적인 도박꾼이었다. 도박에서 손을 떼겠다고 아내에게 수없이 다짐했지만 그 약속은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또다시 집안의 돈을 싹 쓸어 담고 도박판으로 달려갔다. 도박은 범죄이다. 형법 제246조에는 도박에 관한 처벌규정이 있는데, 단서에 일시적 오락 정도에 불과한 때에는 예외로 한다고 하였다. 이 규정에 의한 위법성의 한계는 법원이 도박 자체의 흥미 성, 도박의 장소, 도박자의 사회적 지위 ·재산 정도, 도물의 다과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한다. 어느 한계까지가 놀이고, 어느 한계까지가 범죄에 해당하는지의 판단은 경우에 따라 달라진다. 도박중독에 빠진 사람은 과거에 도박을 했던 경험을 계속 떠올리면서 돈을 걸었을 때 승산을 예상하거나 계획하고, 도박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집착한다. 흥분 감을 느끼기 위해 돈의 액수를 계속 늘린다. 중도에 도박을 줄이거나 그만두려는 노력을 해보지만 계속 실패한다. 도박에서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도박장을 찾는다. 도박중독인 사람은 일이나 대인관계 대신 도박으로 상당 시간을 보내며, 매번 도박한 것을 참회하고 후회한다. 그러나 도박으로 잃은 돈은 도박으로 되찾겠다고 생각한다. 가끔 돈을 따기도 하지만, 돈을 딴 후에는 더 따야겠다는 충동을 느낀다. 결국 수중의 돈이 떨어질 때까지 도박을 한다. 도박자는 후회와 자책, 죄책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쾌락과 환상의 충족이라는 도박판의 '보상'을 탐닉한다. 한국의 성인 중 20%가 도박을 즐기고 이중 20%가 중독증상을 보이고 있다. 도박 중독자는 도박이 해로운 줄 알면서 끊지 못한다. 사람이 도박 중독에 빠지는 것은 대인관계 문제이기도 하다. 건전한 대인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데 필수요소이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고, 부정적 행동을 해도 견제해 줄 사람이 없다. 때문에 도박에 빠지기가 더욱 쉽다. 도박중독에서 벗어나려면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고 자신의 일과 대인관계에 충실해야 한다. 도박 중독은 스스로 벗어나야 하지만 모든 중독이 그렇듯이 혼자 벗어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도박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지나친 자기비하나 자기비판은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기운을 잃게 하고 의기소침하게 만들어 자신감만 줄어든다. 문제를 너무 크게 보면 그것에 압도되어 해결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도박은 병이다.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도박광(賭博狂)은 의사의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분류된다. 실제 도박에 오래 탐닉하면 생물학적으로 대뇌구조 자체가 바뀐다. 도박광은 자신을 파괴함으로써 쾌락을 느끼는 무의식에서 비롯되며 약물투여나 상담요법 등 어떤 치료도 신통치 않아 정신질환 가운데 가장 치료가 어렵다. 가산을 탕진하고 가정이 파괴되는 등 끝장을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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