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교육비 경감대책] “공교육 정상화 계기됐으면…”

17일 정부의 전방위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발표되자 교사와 학부모들은 일단 `공교육이 바로 서길 기대한다`며 희망 섞인 분위기를 보인 반면 학원가와 사설 인터넷입시 업체들은 `큰 효과가 있겠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모든 교육을 받고 정부가 저렴한 교육방송과 인터넷 강의를 확대한다는 것에 대해선 환영했지만 `과연 사설학원 수준만큼 강의를 제공할 수 있겠냐`며 다소 회의적인 반응도 나타냈다. ◇학부모ㆍ교육계 “강력한 추진이 더 중요”=모든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흡수한다는 정부의 발표에 학부모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학부모단체들은 이런 내용들이 발표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교육부와 학교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를 사랑하는 모임 김형진 교육부장은 “이번 사교육대책에 담긴 대입제도 개선, 방과후 교육 활성화, 고교평준화제도 보완 등의 대책들은 공교육을 외면하던 학부모들에게 실낱 같은 희망을 갖게 했다”며 “교육당국 및 책임자들이 그 직을 걸고 공교육을 살린다는 약속을 이행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ㆍ도교육감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학교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존하는 사교육수요를 학교 안으로 흡수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본다”며 “무엇보다 학교현장이 실천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일관성 있게 이번대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천외고 안영찬 교사는 “학교에서 보충학습을 실시하면 일거리는 늘어나겠지만 이번 공교육 대책으로 학생들이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등 공교육이 바로 선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고교 2학년에 올라가는 자녀를 둔 학부모 민용기(46)씨는 “EBS와 인터넷 수능강의에서 수능시험문제를 출제하는 등 무엇보다 사교육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나와 기쁘다”며 “하지만 대입제도가 또 바뀐다니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교육부가 더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원가 “고액과외는 늘 것”=사설 학원가는 정부 대책이 초기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이미 공교육과 함께 입시교육의 한 축을 차지할 만큼 비대하게 성장한 사교육을 정부의 기대만큼 대체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 교육의 질과 면에서 공교육을 압도하고 있는 일부 사교육을 흡수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지 않은 현실에서 정부 대책은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가 될 공산이 크다는 게 학원가의 전체적인 분위기다. 서울 강남의 청솔학원 박진형 부원장은 “보충수업을 한다고 해도 학생과 학부모들이 부실하다고 느끼면 다시 학원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학생들도 대학에 가겠다는 욕구와 학습추구권이 있는데 이를 억지로 막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최상학원 강서중 원장은 “입시문제와 정보에 있어 학교는 학원에 대해 경쟁력을 상실한 지 오래”라며 “특히 강남지역은 학부모들의 `입김` 때문에 학교의 보충수업이 정부의 의도대로 진행될 지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사설학원 측에서는 이번 정부 정책이 고액과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전국보습교육협의회의 조영환 회장은 “학교에서 보충형식으로 교육을 하면 이를 심화하는 학원이 형성되거나 개인과외 교습이 성행할 것”이라며 “이번 대책이 사교육시장의 일부를 흡수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부유층의 고액과외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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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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