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의 소용돌이 속에 올해 미국과 아시아 등 해외로 팔려나간 유럽 기업이 전년 대비 60%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하반기 들어 유럽에 대한 인수합병(M&A) 공세가 다소 주춤해지기는 했지만 미 제너럴일렉트릭(GE)을 비롯해 다수의 기업들이 유럽 기업을 염두에 두고 M&A 기회를 물색하고 있어 내년에는 유럽 기업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사냥이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7일 해외 기업들의 유럽 업체 인수 규모가 올해 전년 대비 58% 증가한 2,52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자체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재정위기로 인한 주가 하락과 유로화 하락으로 해외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의 M&A담당 그레그 렘카우는 "전세계에서 유리한 입지의 인수자들이 바겐세일을 찾고 있다"며 "유럽이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MSCI유럽지수는 지난 1995년 이래 15년 만에 가장 저평가된데다 유로화 가치는 2년 전 유로존 위기가 발발한 이래 13% 하락한 상태로 해외 기업들 입장에서는 어느 때보다 유리한 인수조건이 형성된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로존 위기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해외 기업들이 유럽의 기업들에 군침을 흘리는 것은 유럽 기업 인수를 통해 높은 기술 수준과 중동 및 아프리카로 시장을 확대하는 기회를 획득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올 하반기 이후 유럽 기업들에 대한 공격적인 M&A는 둔화됐지만 GE와 일본의 저가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리아, 중국의 HNA그룹 등이 각각 유럽 기업 인수 의향을 밝히는 등 이 같은 추세는 내년 이후에 한층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