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사이드미러에 비친 기후변화


날씨가 변덕스럽기 그지없다.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불볕더위에 이어 우박을 동반한 돌풍과 벼락이 요란스럽게 지나갔다. 경기 고양 일대에서는 보기 드문 용오름 현상이 발생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대기 불안정을 기상이변의 원인으로 꼽고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 더 잦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그러나 녹색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순위는 2008년 9위에서 2009년 8위, 2010년 7위로 계속 뛰고 있다.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은 전 세계 증가율 49%에 비해 세 배가량 높다. 1인당 배출량은 세계 평균치의 배를 넘어선다. 우리는 독일과 일본, 영국 등 우리보다 국내총생산(GDP)이 두세 배 높은 나라들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내뿜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온실가스 감축 대열에서도 이미 한참 뒤처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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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 최근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둘러싸고 불거진 정부와 업계 간 날선 공방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얘기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기업별로 온실가스 배출 목표량을 할당받은 뒤 이를 초과하거나 미달하는 양에 대해 기업들끼리 사고팔 수 있게 하는 제도이며,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차량에는 부담금을, 적게 배출하는 차량에는 보조금을 주자는 정책이다. 두 제도 모두 관계부처 간 협의와 업계의 요청에 따른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시행될 예정이나 기업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산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당장의 이익 감소와 기업 부담을 우려하는 업계의 목소리는 십분 이해가 된다. 그러나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면 좀 더 멀리 내다보는 혜안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온실가스 감축은 세계의 흐름인 동시에 우리의 과제이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주도해야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은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방향으로 입법과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유럽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오는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80% 줄이자는 '에너지 로드맵 2050'을 이미 2011년에 채택했다. 그간 온실가스 저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던 미국도 태도가 바뀌었다. 오바마 정부는 이달 초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30% 감축을 선언, 화석연료 중심인 미국 산업구조에 일대 변혁을 예고했다. 수출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구조를 감안하면 산업 보호를 위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선진국의 강화된 규제에 선제 대응할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오히려 경쟁력 강화의 지름길이다.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운전 중 좌우를 살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자동차 사이드미러에 적힌 경고 글귀다. 기후변화는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다. 위험이 감지될 때 서둘러 대응하지 않으면 닥쳐올 재난을 피할 수 없다. 이제는 실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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