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IFA 2015 르포] 'IFA 2015'서 본 중국IT의 힘

中, 스마트차·스마트홈 부문 약진… 삼성·LG 미래 먹거리 위협

태블릿PC로 바뀌는 주방 테이블

내부 들여다볼 수 있는 냉장고 등 모방 벗고 독창적 제품 속속 선봬

고화질TV·가전 경쟁력도 커져

스마트홈과 초고해상도(UHD) TV를 앞세운 중국 가전기업 하이얼에 대해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5' 전시관 입구에서 모델이 참관객들에게 해당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이종혁기자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5'가 한창인 5일(현지시간)에 찾은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ZTE의 전시관. 이 곳 한켠에는 ZTE가 올 3·4분기 들어 양산을 시작한 차량용 텔레매틱스 모듈이 전시돼 있었다. 통신망을 이용, 차량을 원격 진단하거나 위치를 추적하고 차량 간 인터넷을 가능하게 하는 텔레매틱스 모듈은 스마트차 시대가 접어들수록 각광 받는 제품이다.

ZTE의 텔레매틱스 시장 진출은 국내 업계, 특히 스마트차 부품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LG전자로서는 큰 위협이다. 이미 ZTE의 텔레매틱스 모듈은 현대자동차와 AT&T에도 납품되고 있다고 ZTE 전시 담당자는 귀띔했다.


IFA 현장에서 만난 중국 기업들은 한국 기업을 따라오는 추격자에서 대등한 경쟁자로 변모해 있었다. 이들은 스마트차와 스마트홈, 첨단 TV·생활가전까지 향후 성장동력으로 불리는 분야는 빠짐없이 진출해 한국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미처 다 크지도 못한 한국의 미래 먹거리마저 중국에 내주는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해야 할 때가 온 셈이다.

올 IFA의 화두인 스마트홈에서 중국의 약진은 특히 두드러진다.


하이얼·하이센스·TCL처럼 '중국의 삼성전자'를 꿈꾸는 기업들은 일제히 스마트홈 플랫폼을 선보이며 한국 IT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현장에서 체험해본 하이얼의 스마트홈은 거실-주방-화장실을 모두 포괄하는 종합 플랫폼으로서 직관적이고 쉬운 사용법과 거울형 디스플레이 등 첨단 기술을 갖췄다. 참관객들도 많은 호평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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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얼의 한 관계자는 "하이얼의 유럽 스마트홈 시장 상륙은 이르면 올 연말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이센스는 실내 조명의 원격 제어 기능과 주방 테이블을 거대한 태블릿PC처럼 바꿔주는 기능을 담은 스마트홈 솔루션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배하는 고화질 TV 제품군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스카이워스는 LG전자처럼 UHD 화질을 자랑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전면에 내세웠다. TCL은 사용자가 모듈을 갈아 끼울 때마다 게임용, 영상 감상용으로 TV가 달리 세팅되는 커스터마이징 TV를 선보였다. TCL·하이센스는 QLED·ULED 같은 신조어까지 강조하며 차세대 TV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부를 적극 드러내고 있다. 중국 주요 업체들은 올해 IFA TV 분야서 화제가 됐던 HDR 기술을 모두 적용, 삼성·LG가 주도하는 업계 경향을 완전히 따라잡았다.

중국 기업들은 혁신적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최신 생활가전도 결코 한국에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모방을 벗어나 독창성을 발휘한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는 견해가 많다. 하이얼은 냉장고에 장착한 센서가 사용자를 인식해 가까이 다가가면 앞문이 투명해지며 열지 않고도 안쪽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제품을 이번 IFA에 전시했다. 통돌이 세탁조 두 개를 탑재한 트윈 드럼 세탁기와 4도어 냉장고도 하이얼의 신제품이다. 특히 트윈 드럼 세탁기는 기존 드럼세탁기에 미니 세탁조를 추가한 LG전자의 트윈워시와 개념이 유사해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올 IFA에 참가한 중국 기업들의 규모만 보더라도 경쟁력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IFA 주관 측에 따르면 올 전시회에 참가한 1,651개 기업 가운데 616개가 중국 기업이다. 1980년대 IFA에 처음 참가한 이래 해가 갈수록 규모가 늘고 있다.

물론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의 실상에 대해서는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여전히 나온다. 황정환 LG전자 TV·모니터사업부 전무는 "중국 브랜드가 UHD급 TV를 공격적으로 선보였지만 막상 화질이 한국 브랜드에 미치지는 못하는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스마트홈에 적극적인 배경을 따져보면 삼성이나 LG에 밀리는 브랜드파워를 만회하기 위해 서두르는 것일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아직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스마트홈 플랫폼에 대한 신중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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