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민간·해외매각보다 처리수월" 판단

대우증권 왜 산은으로 기울었나산업은행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일단 대안이 없었기 때문. 하지만 정부와 산업은행의 이해가 일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인수후의 쟁점으로 산업은행이 과도기적으로 대우증권을 맡는 것이냐, 아니면 실권주인수후 완전한 지배권을 확보해 사실상 금융그룹으로 확대재편되는 방향으로 가느냐에 대해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관련해 정부와 산업은행이 모종의 이면합의를 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산은, 대우증권 인수 본격 검토=지난주말까지 오락가락하던 산업은행이 이번주들어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실무검토에 본격 착수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증권 실권주 인수에 따른 재무구조변화, 특히 BIS비율에 미치는 영향등을 집중 검토하고 있다』며 『이밖에 인수시 초래될 수 있는 여러가지 변화를 점검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이처럼 대우증권 인수작업에 나선 것은 일단 다른 인수후보자들이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 국민·주택은행등 정부가 의향을 타진했던 우량은행들은 모두 강경한 거부자세를 취했고, SK그룹 역시 인수조건이 맞지 않아 조율에 어려움이 컸다는 관측이다. 결국 정부가 산업은행을 사실상 「지명」하는 단계에 이르러 실무적인 검토에 나서게 된 셈. ◇정부·산업은행 이해 일치=정부입장에서는 골치아픈 대우증권을 민간이나 해외에 매각하는 것 보다 산업은행에 매각하는 편이 훨씬 일처리가 손쉽다. 매각조건 협의가 덜 까다로울 뿐 아니라 매각후 생길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도 산업은행이 낫다. 산업은행의 공신력이 부가되면 대우증권의 기업가치가 쉽게 올라갈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당초 산업은행은 한국투신의 최대주주라는 점을 부담스럽게 생각했다. 어차피 한국투신이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증권·투신운용으로 분리하게 되면 증권회사를 자회사로 갖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투에 대한 정부의 추가공적자금 투입이 결정돼 부담을 덜게 됐다. 예정대로 정부가 한투에 약 3조5,000억원의 추가자금을 투입하게 되면 산업은행의 지분율은 65%대에서 20%대로 떨어진다. 따라서 대우증권의 실권주를 인수해 자회사로 확보해도 「중복」은 아니라는 것이다. ◇산업은행 금융지주회사로 확대재편하나= 산업은행이 한시적으로 대우증권을 맡는 것인지, 아니면 이번 실권주 인수를 계기로 완전히 대우증권을 자회사로 확보하는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산업은행측의 입장은 당연히 대우증권에 대한 「완전한 지배권」을 갖겠다는 것. 따라서 대우증권 인수는 공기업인 산업은행의 미래와도 직결돼있다. 자회사인 산업증권이 부실영업으로 문을 닫고 자회사를 대거 처분해온 그동안의 구조조정 방향과는 완전히 거꾸로 가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산업은행이 모종의 이면 협의를 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산업은행은 금융연구원 컨설팅 결과 「금융지주회사」방식으로 전문 금융그룹으로 발전해나간다는 대안을 도출해놓고 있어 정부와 이 문제를 협의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대해 정부와 산업은행은 모두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어쩔수 없이 떠맡게 된 측면도 있지만 복잡한 사정들이 모두 감안된 고도의 「계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 성화용기자SHY@SED.CO.KR 입력시간 2000/05/0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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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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